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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도시와 라이프] 무뚝뚝한 건물 vs 친근한 건물

입력 2020.08.0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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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동네 주택가 가보면
반지하도 멋진 카페로 변신
건물의 첫인상은 1층이 좌우
날 반기는듯한 기분 들게 해야
오래되어 볼품없던 주택 1층과 반지하가 카페나 소매점으로 바뀌며 동네 분위기가 180도 바뀌는 모습이 서울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할 때, 일부에서는 '2종 주거지의 저주'라는 말이 나왔다. 1종 주거지의 1층과 반지하가 카페 같은 근린생활시설로 바뀌어 환한 조명이 켜지고 정성껏 꾸민 인테리어가 골목길을 향해 매력을 발산하던 것과 대조적으로 2종 주거지에서는 그 같은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2종 주거지는 1종 주거지에 비해 더 많은 용적률(전체 대지면적에서 건물 각 층의 면적을 모두 합친 면적의 비율)을 사용할 수 있어 1990년대 개발 시대를 거치며 대다수가 빌라 같은 다세대주택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사람들의 눈길이 닿는 1층 공간은 필로티를 세워 주차 시설만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이득이었다. 그렇게 하면 용적률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 용도로 쓰던 공간을 근린생활시설 용도로 바꾸는 것은 가능했지만, 자동차를 위해 텅 비어 있던 공간은 다른 용도로 바꾸기 어려웠다.


필로티 기둥만 보이는 1층 공간은 사람들의 눈에 매력적으로 보이기가 힘들다. 주차장으로만 쓰는 기능적 공간을 예쁘게 꾸미려는 시도를 할 리가 없다 보니, 자동차가 빠져나가 비어 있을 때는 그저 무뚝뚝하고 어두침침한 공간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량이 주차돼 있을 때도 차량이 빽빽하게 세워져 답답하고 어수선한 모습을 보인다.

도시 개발에서 '신앙'처럼 여겨지는 용적률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분명 2종이 1종보다 더 좋은 것이 맞는데, 수익성을 최대로 끌어내려는 도시 개발의 방향은 오히려 사람들을 환영하지 않는 모습을 고착화시키고 말았다. '2종 주거지의 저주'라는 말은 이렇게 나왔다.

바로 그런 건물에 들어설 때, 양옆에 칙칙한 주차장 공간이 자리 잡고 있거나 차량이 어지럽게 주차돼 있는 입구를 지날 때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불쾌감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은 건물 전체의 사용 경험에 전이되고 만다.


외부 방문객을 끌어들이려는 시설이 입구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입구는 그 건물에 거주하는 이들의 마음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건물을 만날 때 첫인상 역시 출입구를 대면하고 실내공간에 들어서기 전까지의 전 과정을 바탕으로 형성되기 마련이다. '입구의 심리학'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 바로 주차장인 셈이다.

입구 주변의 모습은 입구를 들어가는 경험의 핵심 요소다. 풍수지리에서 입구에 해바라기를 두라고 권장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 아닐까 싶다. 커다랗게 활짝 피어 있는 꽃을 보면서 실내로 향하게 되면, 곧 만나게 될 실내공간이 마치 자신을 환영하는 듯한 느낌을 얻게 되고, 행복감이 증진된 상태로 실내공간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지하 주차장이 완비돼 있는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입구의 심리학 측면에서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람들은 아파트 실내공간에 들어가기 전에, 아파트 단지라는 '전이공간'을 거치게 된다. 그리고 그 전이공간에는 자동차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잘 정돈돼 있다.


편의성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심리적 만족감을 제공하는 입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아파트 신화의 일등공신이다.

아파트가 아니더라도 건물 입구 바로 옆에 감각적으로 진열된 녹색 식물과 꽃다발이 보이는 꽃집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아니면 감각적인 실내 디자인을 엿볼 수 있는 카페를 떠올려도 괜찮다. 차량이 어지러이 주차돼 있는 모습을 보며 입구를 통과할 때와는 분명 다를 것이다. 물론 자동차는 죄가 없다. 아니, 오히려 도시 생활에 필수적인 이동수단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위해 텅 비어 있는 공간을 꽃집이나 카페 같은 근린생활시설로 채우면 그 자리에 주차돼야 할 자동차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이 점이 2종 주거지 부활의 핵심 요소다. 이 난제를 풀 때에서야 비로소 아파트 쏠림 현상을 늦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음성원 도시건축 전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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