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사외칼럼

[더 테이블] 3차 만두전쟁이 즐거운 까닭

입력 2020.08.08 00:06  
  • 공유
  • 글자크기
2013년 CJ 혜성처럼 등장
'비비고 왕교자' 시장서 돌풍
2019년 풀무원의 기습 반격
0.7㎜ '얇은피 만두' 띄워
올여름 얇은피 교자 3차격돌

이토록 피 터지는 만두전쟁이
'한국=세계1등'을 만들었다
이미지 크게보기
2013년 CJ제일제당이 터뜨린 1차 만두 전쟁의 포성과 함께 냉동만두 현대전(現代戰) 역사가 시작된다. 오랜 기간 시장에서 안착 중이었던 여러 만두 제품이 '비비고 왕교자'의 혁신 앞에 속절없이 쓰러지며 시장점유율을 잃어갔다. 만두소를 갈지 않고 칼로 다져 입자감을 살리고, 만두피의 식감을 살리기 위해 3000번이나 반죽을 치대는 비비고의 혁신에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2015년, 1차 만두 전쟁의 성적표가 나왔다. 비비고 왕교자는 출시 1년 반 만에 시장점유율 40%에 육박한 완벽한 승리를 거뒀고, 기존 제품에는 기나긴 굴욕의 시간이 시작되는 참이었다.

1차 만두 전쟁이 일단락된 지 4년 후 2019년. 그간 시장의 강자인 비비고에 대해 여타 제조사들은 신제품을 내며 산발적인 도발을 했지만 비비고의 방어력은 막강했다. 막강한 방어력을 넘어서 비비고 왕교자는 지속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 나갔다. 그러나 2019년 3월 봄, 2차 만두 전쟁이 발발한다.


이번에는 풀무원이 사활을 걸고 개발한 비밀병기의 기습적인 시장 진입이었다. 이번 전쟁의 혁신성은 만두피 두께를 극도로 얇게 만드는 기술에 담겼다.

풀무원의 0.7㎜ '얇은피 만두'는 출시 열흘 만에 50만봉이 판매되는 대한민국 만두 전쟁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달성한다. 흥미로운 점은 '얇은피 만두' 모양은 유선형 교자가 아닌, 만두 양 끝을 돌려 붙인 평양식 만두라는 것. 마치 '우리의 주적(主敵)은 비비고 왕교자가 아니오'라는 시그널을 비비고에 보내는 듯했다. 이 때문인지 '얇은피 만두'가 2위에 올라서며 빼앗아온 시장점유율은 1위 비비고 왕교자가 차지하고 있던 40%대 시장점유율이 아닌, 다른 만두가 차지하고 있던 60%의 시장점유율로부터였다. 각 제조사들이 '얇은피 만두'를 뒤따라 개발할 때 마켓 리더 CJ제일제당은 대외적으로 '얇은 피 경쟁에 낄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비비고 왕교자는 40%대 시장점유율을 그대로 유지했고, 얇은 피를 앞세운 풀무원이 20%대, 나머지 30%대 점유율을 다른 제조사들이 나눠 가지며 안정적인 시장 상황이 유지되는 듯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1월, CJ제일제당은 '비비고 수제만두' 시리즈를 조용히 출시했고, 풀무원의 수뇌부는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신제품의 만두피 두께는 풀무원 제품과 동일한 0.7㎜였고 외관도 끝을 돌려 붙인 평양식 만두로 풀무원의 '얇은피 만두'와 유사했다. 곧 풀무원의 시장점유율을 비비고가 빼앗아가기 시작했다. 미묘한 균형이 깨지며 신사협정도 깨졌다. 복수의 칼날을 가는 풀무원.

3차 만두 전쟁. 풀무원의 반격. 작년 비비고의 얇은 피 만두 시장 진입에 대한 복수전이다. 올해 7월 풀무원은 '얇은피 교자'라는 신제품으로 비비고의 주 전력이 집결해 있는 교자 만두 영역에 진격해 들어가고 있다. 혁신 포인트는 만두피 접합부인 '날개' 부위를 제거했다는 것. 에어프라이어로 만두를 조리했을 때 날개 부위가 딱딱하게 굳어 식감이 나빠지는 것을 해결했다.


만두가 완전한 유선형이라 목으로 부드럽게 잘도 넘어간다.

풀무원의 반격은 과연 비비고에 유효한 타격을 줄 것인가. 그리고 왕년의 최강자 해태도 전열을 가다듬고 고지를 향해 진격 중이다. 반면에 마켓 리더인 비비고는 미국,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 '세계대전'을 벌이고 승리하며 국내 추격자들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렇게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다 보니 우리 업체 경쟁력이 어느새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해 있다. 비비고 만두는 곧 전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천만다행이다. 냉동만두 제조업은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옛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지 않아 이런 다이내믹한 경쟁의 결과물을 우리가 즐길 수 있고, 한국의 만두가 전 세계 시장을 제패해가는 과정을 목도하는 행운을 쥘 수 있게 됐다. 주요 만두 제조 대기업들은 현재 중소기업과 협력해 제조하고 있다. 풀무원은 100% 중소기업과 협력해 생산 중이다. 정부의 규제 없이도 좋은 생태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겸 푸드비즈니스랩 소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