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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학교보호 필요한 애들 있는데…

입력 2020.08.0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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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개학 연기 길어지자
수천만 결식학생 갈곳 잃어
가정내 학대 방치되기도
코로나 차단-아동보호 놓고
수업재개 어떤 결정해야할지
한국인들이 3월에 느끼는 새 출발 기분을 미국인들은 9월에 느낀다. 대표적인 이유는 물론 유치원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새 학년을 9월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지금쯤이면 back to school(학교로 돌아가기) 쇼핑으로 바빠진다. 학용품을 사고,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이 입을 옷을 장만한다. 학업에 필요한 태블릿이나 컴퓨터 등을 구입하기 위해 전자품 소매점을 찾아다니고 온라인 마켓을 서치한다. 그런데 요즘 많은 학부모가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고민을 하고 있다.

미국은 아직도 7일 기준으로 평균 6만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일 나오고 있고, 1000명이 넘는 사람이 매일 사망하고 있다. 하루에 확진자가 몇십 명 나오고 일주일에 서너 명 사망하는 한국과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한국에서 6개월 넘는 기간 동안 발견된 모든 확진자 수는 미국에서 6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발견되는 확진자 수와 비슷하다.


결국 미국은 코로나19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판결을 피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방정부는 미국 전역에 있는 학교에 캠퍼스를 오픈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미국 학교는 거의 다 문을 닫았고 온라인 수업만 해왔는데, 이 상황이 지속되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인들을 설득시키고 있는 것이다. 사실 나 역시 학교를 열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 중 하나다. 적어도 두 가지 이유로 미국 학교, 특히 초·중·고등학교는 되도록 속히 문을 열어야 한다.

우선 학교 문이 닫힌 미국에 배고픈 아이가 너무 많다. 저소득 가정 아이 3000만여 명은 할인된 가격에, 또는 무료로 점심을 학교에서 먹는다. 그리고 'food insecure(음식 불안정) 가정'에서 사는 아이들이 미국에 1100만~1400만명 있다는 통계가 있다. 이 중 많은 아이들은 학교를 통해 점심 외에도 아침식사와 주말, 그리고 방학 동안 먹을 음식을 제공받는다.


결국 성장하는 아이들의 영양 상태와 건강을 위해 학교가 문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두 번째 이유도 사실은 학업과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 가정에서 혹은 이웃에서 학대당하는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교를 열어야 하는 것이다. 학대당하는 아이 중에는 학교 선생님이 발견하고 신고함으로써 목숨까지 위협당하는 아이를 구하는 일이 자주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시국에서 비롯된 경제적 불안정과 집 안에서 오랫동안 같이 지내게 되는 상황이 학대 횟수를 늘리고 강도를 높인다고 한다.

학부모 의견을 감안해 캠퍼스를 열지, 온라인 수업만 할지를 결정하는 학교가 많다. 우리 아들 데이비드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아직까지는 캠퍼스를 여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9월 1일 개학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학교에서 이메일이 하나 왔다. 캠퍼스에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 수업 옵션도 제공한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그런데 온라인 옵션을 택하는 학생이 너무 많으면 아예 캠퍼스 옵션을 없앨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


고민이다. 학교에 가도 다들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으로 거리를 두는 등 규칙을 잘 지킨다면 감염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확실히 더 안전한 옵션도 있는데, 가능성이 아주 작지만 그래도 위험한 환경에 아들을 매일 노출시킨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만에 하나 이 결정 때문에 그 누가, 예를 들어 할아버지나 할머니께서 코로나19에 감염돼 큰 해를 당할 수도 있다는 염려를 쉽게 떨쳐버릴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온라인 수업이 캠퍼스 계획을 없애는 것을 결정하는 한 표가 된다면 학교의 보호가 꼭 필요한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한 일 아닌가. 지혜가 필요한 때다.

[신순규 시각장애 월가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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