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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세상읽기] 주식시장, 이번은 다르다고?

입력 2020.09.17 00:08   수정 2020.09.1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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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 PBR 대공황 직전 수준
확실한 거품상태로 볼 수 있어
수익 대비 주가 너무 높을 때
가격 하락은 역사가 입증해
사람들이 필자에게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자주 묻는다. 필자의 대답은 항상 똑같다. "모른다." 3년 후가 궁금해서 묻는 사람은 없다. 다음주, 다음달, 길어야 1년 정도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1년 앞의 시장은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장기적인 시장은 상식이 통한다.

필자가 높이 평가하는 투자 전문가들이 뜻밖에 "아직도 재무제표를 보느냐"고 한다. 이제는 시장이 완전히 바뀌었다면서 재무제표는 죽은 지표라고 한다. 심지어 이익이 감소 추세에 있지 않은데도 시가총액이 1년 순이익의 4배 아래인 기업도 많다.

2000년 초반 닷컴 열풍은 많은 부자를 만들어냈고 이면에 잘못 휩쓸린 투자자들에게 쪽박을 선물했다. 닷컴 거품이 한창일 때 다들 "새 시대가 열렸고, 이번에는 다르다"고 했다. 재무제표 같은 것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고들 했다. 한 해 정도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얘기가 맞는 듯했고 2000년 3월 S&P500 주가순자산비율(PBR)은 5.1배까지 치솟았다.


이것은 2009년 3월 1.8배까지 떨어진다. 결국은 돈을 버는 기업들이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덜 주었고 제값을 찾았다.

대공황 직전인 1929년 미국 증시 PBR은 4배를 넘을 정도였다. 순자산보다 4배 이상 가격이 형성됐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1929년 정점 381에서 1932년 저점 41까지 떨어져 무려 90% 가까운 조정을 한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시작된 시점인 1989년 말의 PBR은 5배 근처였다. 이후 20여 년에 걸쳐 무려 5분의 1 토막이 난다.

또다시 '이번에는 다르다'의 유령이 꿈틀거린다. 단기적으로는 맞고, 장기적으로는 100% 틀리다. 역사는 버는 돈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주식은 시간문제일 뿐 항상 응징을 했다. 9월 15일 기준 S&P500 PBR은 3.9배다. 2주 전에는 4배를 넘었다. 대공황 직전 수준이다. PER는 무려 29.4배다. 미국 시장의 역사적 평균은 15배 근처다. 코로나19로 경제는 말이 아니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시중에 돈이 너무 많이 풀렸고 이자율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그래도 결국은 시간문제일 뿐 큰 조정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에 많이 상승했지만 지난 10여 년간 워낙 눌려 있던 시장이라 전혀 고평가는 아니다. 코스피 PBR은 불과 1.1배 근처다. 다만 필연적인 미국 시장의 큰 조정에 우리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불안하기는 하다.

'동학개미' '로빈후드'로 대표되는 새로운 젊은 개인투자자들이 출현해 시장 특성이 바뀌었다고도 한다. 시대가 바뀌었다고도 한다. 방향을 인정할 만한 타당함이 있다. 그렇지만 유망한 업종에 있다는 것과 주식이 유망하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이익 대비 주가(PER)는 이익의 진폭이 크기 때문에 이익을 더 내서 수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렇지만 PBR은 그럴 수 없다. 높은 PBR은 가격 하락이 포함되지 않고는 조정이 안 된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동학개미'란 이름은 잘못 지은 것 같다. 동학혁명은 처참하게 깨져서 실패한 운동 아닌가. '로빈후드'도 그렇다.


'21세기 개미'라든지 좀 긍정적인 이름이었으면 좋았을 듯싶다.

미국이 걱정이다. 확실한 거품 상태다. 11월 대선으로 표 계산에만 관심 있는 트럼프가 무슨 짓으로 시간을 벌지는 모르겠다. 시간문제일 뿐 폭락은 반드시 온다. 그것이 1개월, 3개월이 될 수도 있고 1년 후가 될 수도 있다. 역사는 PBR 4배를 오래 용인하지 않았다. 단기적 움직임을 보고 PBR을 한심한 지표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그런 소외 시간을 지나면 항상 장기적 상식을 바로 세우는 역할을 해왔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자주 이런 말을 들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었다. 이번에는 다르다."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주)옵투스자산운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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