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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마켓관찰] 가장 슬픈 말 "가게 접습니다"

입력 2020.09.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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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기화로 줄폐업 속출
공실 확산땐 부동산 부실 번져

우리사회 가장 취약한 고리
자영업자 지킬 방법 찾아야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장기화되면서 거의 모든 곳이 이 전염병으로 인한 파급효과를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목격되는 것은 '코로나 이후는 다시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와 같은 파급효과에 대한 전망이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해 우리는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경험하고 있긴 하다. 이 바이러스의 확산이 아니었으면 지금처럼 사시사철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니는 일은 없었을 것이며 기업들이 직원들의 근무 방식에 큰 변화를 주는 일을 목격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이러한 변화들이 올해에 너무 급격하게 벌어졌기에 이렇게 발생한 변화가 영속적일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쌓아온 긴 역사 속에서 전염병이 코로나 바이러스만 있는 게 아니다. 비교할 수 없는 수많은 전염병이 우리의 역사 속에 흔적을 남겨왔다. 대표적인 것이 페스트와 천연두다.


역사적으로 이 전염병이 돌 때마다 해당 지역의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전염병이 돌 때마다 도시는 폐쇄되고 동서양을 잇는 교역로는 막히고 교역로상에 위치한 도시들은 쇠퇴했다. 전염병이 질병과 경제, 두 가지 방법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전염병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케이스는 크게 두 가지 정도다. 우선 14세기에 중앙아시아로부터 시작되어 전 유라시아 대륙으로 퍼진 선페스트, 역사적으로는 흑사병이라 불렀던 질병이다.

이 선페스트로 인해 유럽의 인구만 30% 이상이 감소했고 덕분에 사회 하층민이었던 노동자와 농민, 여성들의 협상력과 힘이 강해지면서 의무는 줄고 소득은 늘어났으며 금리는 하락했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와 그로 인한 사회계급 역학의 변화는 중세 유럽의 구조를 크게 뒤흔들어 근대를 여는 밑바탕이 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한 스페인 정복자에 의해 퍼진 전염병이다. 유라시아 대륙의 전염병에 대한 항체가 없던 당시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에게 이는 너무나도 치명적이어서 대다수 원주민들이 병으로 죽어나가 마을들이 텅텅 빌 지경이었다. 그 덕분에 근대에 접어든 유럽인들은 원래 주인들이 죽어버린 빈 땅을 식민지로 만들어 이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 또한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진 또 다른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정도의 사례를 제외하고선 정말로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전염병은 없다. 대체로 전염병과 함께 살아나갔을 뿐이고 그나마 위의 사례는 전염병으로 인해 엄청난 인구가 사망하면서 기존의 사회구조가 붕괴했기에 발생했던 변화였다.

그렇다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떠한가? 코로나 바이러스가 매우 전파력이 높고 현재 고연령자를 대상으로 높은 치사율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존의 사회구조를 무너뜨릴 정도로 강력해 보이진 않는다. 인간이 역사의 기간 동안 늘 전염병과 함께해온 것을 감안하면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다.


당장 20세기 초에 크게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마저도 전과 후가 크게 변하진 않았다. 그렇기에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란 건 거대 담론을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호들갑 정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크게 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면 자영업과 상업 부동산일 것이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자영업의 폐업이 계속 증가할 경우, 자영업이란 고용의 한 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지만 이와 연계된 상업 부동산의 부실 또한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자영업자에게 있어 그 질병으로서의 위험도보다도 경제적인 위험도가 더 높다. 기존의 구조가 무너지는 충격이 발생한다면 여기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로 인한 자영업의 이슈를 지금보다 좀 더 심각하게 봐야 할 이유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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