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사외칼럼

[매경시평] 기업규제3법 미루는게 옳다

입력 2020.10.19 00:08   수정 2020.10.19 10:18
  • 공유
  • 글자크기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서
소수가 정보접근 보장 넘어
다수위에 군림은 위헌 소지
여야 긴 숙의 거쳐 개정해야
기업규제 3법을 반대하는 기업 목소리가 크다. 여당은 기업의 반대를 무릅쓰고 밀어붙일 작정이다. 야당은 기업 때리기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표심을 의식해서인지 반대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

여당에 묻고 싶다.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국회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한 지금 이런 기회가 다시 없을 것이니 해치우고 다음 개혁과제로 넘어간다는 논리일 것이다. 일견 합당해 보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짧은 생각이다. 언젠가 불어올 정치 역풍으로 여당이 야당 신세가 된다 치자. 기업규제 3법은 원위치보다 훨씬 더 우측으로 가게 될 것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치면 못 미친 것과 같다'고 했다. 여당은 질주하려고만 하지 말고 숨을 고르길 바란다. 야당은 말로는 자유와 시장경제를 부르짖으면서 각론에 들어오면 지향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호해진다. 자유와 시장경제를 지키는 야당이라면 확실하고 크게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물쭈물 여러 가지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자살 행위다. 기업 때리기에 숟갈을 얹어 표심을 나누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야당은 여당의 2중대일 뿐이다. 차별성을 부각하는 선명성이 없는 야당이 존속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기업규제 3법 논쟁은 여야 정책 노선 차별성을 확실히 부각할 수 있는 기회다. 명쾌한 반박 논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지리멸렬하는 전략 부재 야당이 보수우파의 가치를 흐리려면 차라리 보수우파의 깃발을 내리라. 기업규제 3법은 기본적으로 소수 주주를 보호한다는 입장에 근거하고 있다. 다수는 나쁘고 소수는 옳다는 관점은 논리적인가. 소수를 보호하기 위해 결과적으로 다수를 희생하는 질서는 합리적인가. 우리는 소수 주주 보호를 만인이 공감하고 지지하는 가치로 알고 있지만, 서양의 보수우파는 '소수 주주 보호는 시장경제와 자유기업을 파괴하기 위한 좌파의 책략'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지고 보면 민주주의 실행의 최대 원칙이 다수결인데 기업만 소수 주주를 과잉보호해야 할 논거는 없다.

소수 주주가 다수 주주의 결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주식을 팔고 떠나 스스로 창업하든지 자신의 노선에 맞는 다른 기업 주식을 사야 한다. 소수 주주 보호정책은 감성의 방패 뒤에 숨어서 약자 코스프레를 하며 자유기업 질서를 뒤흔든다. 상장기업의 소수 주주이면 꽤 재력가일 터인데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불쌍한 서민 행세를 하며 경영권을 흔들어대는 게 공정한 것인가. 여당에 다시 묻는다. 소수 주주 보호는 선진국도 다 하는 것이니 우리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추진하는 것인가. 소수 주주가 다수 주주의 경영을 견제하는 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해서 추진하는 것인가. 야당에 다시 묻는다. 서양의 소수 주주 보호 논쟁에 관해 연구보고서를 발간하고 정책 세미나를 연 적이 있는가.

기업규제 3법이 통과된다면 여당 책임이 아니라 야당 책임이다. 보수우파를 대변한다고 하면서 소수 주주 보호의 정책적 의미와 관련된 논쟁에 관해 아직도 공부가 덜 돼 있다면 선량한 관리자로서 의무를 태만히 한 것이다.


기업도 이제 사회공헌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가슴에 와닿는 사회공헌을 통해 국민에게 다가오는 기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무늬만 공익재단이고 속은 이해관계자 챙겨주기, 경영권 보호, 절세 등 겉에 걸어놓은 간판과 동떨어진 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위선적인 모습을 보이면 기업의 정당한 목소리도 국민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공정경제 3법 개정은 긴 숙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소수가 정보접근 가능성 보장을 넘어 기업 의사결정에서 다수 위에 군림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여당, 야당, 기업 모두 한발 물러서서 자신들을 돌아보길 권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주필리핀 대사]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