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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춘추] 코로나 시대 승산병법

입력 2020.10.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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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3월, 맥킨지 컨설팅은 최악의 경우에도 코로나19가 연내 종결될 걸로 예측했다. 하지만 사스나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19는 특정 지역이나 단기간에 국한되지 않았다.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은 무용지물이 됐고, 여행·음식·호텔·교육업은 악전고투 중이다. 곳곳이 코로나19와의 전쟁이다. 미증유의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가? 리더의 경영철학 재정비, 조직의 효과적 관리, 위기대응 전략, 인재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해답은 오랜 세월 검증된 고전에 있다. 표준협회 인문경영 과정에서 2500년 된 손자병법을 배우는데 '병형상수(兵形象水)' 즉,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조직은 물처럼 유연하게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단다. 캘리포니아의 최고급 레스토랑 알렉산더스테이크는 코로나19로 고객이 오지 않자 '식당을 가정으로 가져가자'로 생각을 바꿨다. 조리·반조리 상태 음식을 대폭 할인해 배달하고, 셰프가 온라인으로 요리법을 알려준다.


롯데호텔의 도시락 픽업서비스도 큰 인기다.

코로나 시대 승산(勝算)병법의 요체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승산을 계산하여 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손자병법 첫 구절은 "전쟁이란 국가 대사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이므로 살펴봐야(察) 한다"다. 필자는 MIT 등의 정기 무료 웨비나를 통해서 전문가들이 뽑은 주요 이슈와 분석을 경청한다. 세상을 이해하고 전문가들의 접근 방법과 실력을 파악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이순신 장군도 명량해전 발발 1년 전 울돌목 지형을 파악해두어 배 13척으로 300척의 일본 수군을 무찔렀다. 나를 알고 적을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승산 여부는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에 달렸다.


구성원이 같은 길(道)을 가는가? 팬데믹·기술발전 등 외부 상황(天)과 내부 역량(地)을 파악하고 있는가? '위기관리 능력·신뢰·인간미·책임지는 용기·신상필벌'을 갖춘 유능한 장수(將)가 이끄는가? 물자 보급과 자금 운영(法)이 잘 되는가? 손정의는 손자병법의 요체를 반영한 자신의 '25자 제곱병법'에 따라 승산 70% 이상의 사업에만 투자한다. 승산이 낮으면 후퇴하는 36계 줄행랑과 우회도 생존전략이다. 문화대혁명 시절 트랙터공장 노동자로 추방되었다가 권토중래하여 중국을 세계 2대 강국으로 만든 덩샤오핑도 물러날 줄 알았던 지도자다. 최고의 승리는 철저히 준비하여 싸우지 않고도 이기는 부전승(不戰勝)이다. 상처뿐인 승리는 무의미하다. 싸우지 않고 이기려면 압도적인 힘을 보유하고, 상대에게도 이익이 생긴다는 것을 설득해야 한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초격차를 유지함으로써 여유 있게 싸울 수 있었고, 시장을 독식하지 않아 독점 규제나 직원의 나태해짐을 방지했다고 한다. 칭기즈칸도 위협적인 군대에 놀라 적이 스스로 성문을 열고 항복하면 대등하게 대우했다고 한다.

[이상진 한국표준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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