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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기고] 아는 만큼 보이는 '신북방' 시장

입력 2020.10.3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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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 기업 H사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만에 용접봉 생산공장을 세우고 현지 조선소에 납품하고 있다. 우수한 품질로 바이어의 호평을 받는 H사는 극동 러시아의 지리적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2. 우리 기업 D사의 소형트랙터는 우즈베키스탄 농지를 일구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미국 다음으로 한국 농기계가 많이 수출되는 나라다. 2019년 현지에 농기계 연구개발(R&D) 센터가 문을 연 후, 기술이전과 부품 수출도 활발하다.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수출한 핵심부품만 177억원에 달한다.

아는 만큼 보이는 신북방 시장은 그동안 머나먼 동토의 나라, 구소련 국가라는 편견에 시달려왔다. 무관심하면 무지하게 되고, 무지하면 무시하게 된다고 했던가. 지난해 신북방 13개국과 한국의 교역규모는 우리 수출 137억달러를 포함해 305억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교역액의 2.9%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 기업의 현지투자는 전체의 0.3%로 더욱 미미하다.


신북방 시장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시작해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동유럽 벨라루스를 잇는 기다란 줄기다. 2억8000만명이 살고 있고 국내총생산(GDP)만 해도 2조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한·신북방국 교역의 70% 이상이, 투자의 50% 이상이 러시아에 집중돼 있다.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은 수교 첫해인 1990년 8억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223억4000만달러로 30년간 25배 이상 증가했다. 주로 한국이 러시아에 자동차를 수출하고 자원을 수입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그러나 앞서 제시한 두 사례는 한국과 신북방 국가가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협력하고 동반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 정부는 한-러 수교 30주년인 올해를 '신북방 협력의 해'로 지정하고 활발한 경제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가치사슬이 지역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면서 기초과학·원천기술이 강한 신북방 국가와 정보기술(IT)·제조업이 우수한 한국 간 경제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우리 중소·중견기업은 신북방 시장 진출과 협력 다각화의 중요한 축이다. 올해 3차례 열린 한-러 산업기술 협력 온라인 상담회를 통해 헬스케어와 스타트업, IT 등으로 협력 분야가 확대되고 있다. 한국 상품 할인행사 '코리아세일페스타 인 러시아'도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10월 30일 열리는 '2020 북방포럼'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한-신북방 경제협력의 미래를 논의하는 뜻깊은 자리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상담 등 디지털 방식의 '신북방 비즈니스 파트너십'도 진행된다. 민관이 힘을 모아 구축한 '팀 코리아' 체제는 언어·문화적 차이로 진출을 망설여온 우리 중소·중견기업의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북방정책으로 러시아와 수교한 지 30년이 됐으니 벌써 한 세대가 지났다.


'신북방정책'을 통해서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미래를 앞당길 것인가. 수출에 치중했던 과거와 달리 기술·산업 교류로 경제협력 방식을 다양화할 때 한·신북방 관계의 수준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러시아에 집중된 협력활동이 신북방 13개국으로 다변화할 때 관계의 지평은 한 차원 넓어질 것이다.

이번 북방포럼이 신북방 시장의 진면목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경제협력 모델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권평오 KOTRA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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