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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매경시평] 인공지능 연구, 국내 시각을 벗어나라

입력 2020.11.23 00:07   수정 2020.11.2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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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인간 능가한다는 전망
아직까지는 근거없는 환상
인간 의사결정 돕는 쪽으로
연구 패러다임 바뀌는중
경계 초월 개방성이 핵심
4년 전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국민들에게 인공지능이 머지않아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환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한국 언론에 단골로 등장하는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는 특이점이 2045년께 가능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전망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환상을 실현 가능한 비전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의 인공지능은 기계적으로 학습한 패턴에 따라 정해진 연산을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것뿐이지, 인간에 버금가는 '이해력'과 '창의력'이 없다.

구글 등 일부 빅테크 기업들에 의한 AI 기술 독점을 염려해 만들어진 오픈 AI는 최신 자연어 처리 기술(GPT-3)을 올 6월 선보였다. 지금까지 나온 기술 중 가장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로 학습시킨 이 인공지능 기술은 일관되게 문장을 생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 언어 능력을 피상적으로 베낄 따름이다.


필자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인공지능 분야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조던 UC버클리 교수와 수차례 대담했다. 그와 나는 인공지능이라는 환상을 주는 이름보다 데이터사이언스가 학문적으로 더 적합한 이름이라는 점에 공감한다.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기반의 파괴적 혁신이 모든 산업과 학문에서 경계 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대학은 분절된 전통적 학문 사일로 체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주립대학 UC버클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 대학은 범대학 차원의 허브형 데이터사이언스 학사 조직을 만들어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냈다. UC버클리는 다음 단계 도약을 위해 이 학사 조직 책임자를 학장에서 부총장으로 격상하고 산업체 연구소 책임자를 영입했다. 변화에 감동한 익명의 기부자가 3000억원을 기부했다.


앤드루 응 전 스탠퍼드대 교수와 튜링상 수상자 요슈아 벤지오를 비롯해 스탠퍼드대, UC버클리, MIT 등의 선도 대학에서 인공지능 연구를 선도하는 가장 많은 학자를 키운 조던 교수는 특이점은 과학적 근거 없는 공상과학소설이라고 잘라서 말한다.

GPT-3 경우에서 보듯이 사람의 모사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패턴 인식용 딥러닝 신경망 크기와 학습 데이터의 질과 규모를 늘려온 현재의 인공지능 패러다임은 자연어 처리, 컴퓨터 비전 등에서 그 효용성을 인정받았지만 연구 면에서는 한계에 이르렀다는 것이 조던 교수를 비롯한 석학들의 견해다.

조던 교수는 인공지능이 나아갈 방향으로 수많은 인공지능 서비스가 인간과 함께 시장을 이루어 인간의 의사 결정을 돕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안한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경제학, 심리학, 경영학, 의학 등 데이터 기반의 합리적 의사 결정을 연구해온 다양한 학문을 수용해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런 미래 연구 관점에서 조던 교수는 다양한 학부 배경을 가진 대학원생들이 하나의 장에서 데이터사이언스 교육을 받고 원천 연구를 하도록 이끄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의 교육 철학에 공감했다.

안타깝게도 조던 교수나 필자가 보기에 우리의 인공지능 교육과 연구는 폐쇄된 지역 시각에 갇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인공지능 대학원은 현재의 인공지능 출발지인 전기컴퓨터공학보다 더 특화된, 좁은 시각의 교육과 연구를 지향한다. 또한 1만여 명이 몰리는 국제학회의 논문 수를 우월성의 지표로 표방한다. 이러한 양적 지표와 특화된 좁은 시각은 경마장의 경주마처럼 주어진 길을 따라 빨리 달리는 추격형 인재 양성에는 매우 효과적이겠지만, 개방적 시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에 도전하고 선도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의 인공지능 연구가 글로벌 일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앞서가는 글로벌 일류 선각자들 관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AI 코어와 응용을 가리지 않고 하나의 운동장에서 다양한 학문이 합쳐질 때 우리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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