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뉴 보이스
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국민연금 기금, 국부펀드로 거듭나야

입력 2021.01.28 00:04  
  • 공유
  • 글자크기
국민 노후자산인 기금 운용
증시 급등에도 주식 매도…
수익높이려 최선 다했나 의심
국내외 휘젓고만 다니지 말고
한국경제 전체 수익률 리딩을
이미지 크게보기
2020년 말에 개최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관련 보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의 2020년 운용수익률은 7% 내외로 예상된다. 이는 2019년 11.31%보다는 낮지만 코로나19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유동성 장세로 그나마 선전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1988~2019년까지의 국민연금 누적 평균 수익률은 5.86%, 최근 10년간은 5.57%, 최근 5년간은 5.32%로 최근에 가까울수록 하향 추세를 보여왔다. 일본 GPIF, 네덜란드 ABP, 캐나다 CPPIB, 노르웨이 GPFG 등 해외 연기금과 수익률을 비교하면, 해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로 중간 정도 성과를 내고 있다.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연금기금은 2020년 10월 기준 772조원에서 2041년 1778조원으로 증가한 이후 감소해 2057년에는 완전히 고갈된다.


보건복지부는 4개 개선 방안을 제시했지만, 어떤 방안을 채택하더라도 적립 기금은 2060년대 초·중반께 소진돼 근본적인 개혁이 없으면 그 당시 노인에게 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소진을 막기 위해서는 연금보험료율 인상, 연금 수급 개시 연령 조정, 연금 급여율 하향 등 제도적 접근 방법과 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을 대폭 높이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 중에서 수익률을 높이는 방안은 제도적 접근 방법과 달리 국민의 고통과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필요하다. 수익률을 1%포인트만 높일 수 있으면 기금 고갈 연도를 5년 내외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의 국민연금기금 운용 프로세스를 보면, 기금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국민연금은 2018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이후 재무적투자자 입장에서 벗어나 기업 경영에 적극적인 참여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LG화학 배터리 분할 계획에 반대했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 반대했다. 주주권 행사의 명분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했지만, 국민연금의 LG화학과 대한항공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두 기업의 주가는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달간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어떤 판단을 기준으로 반대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글로벌 연기금으로서 체면을 구기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이 2022년까지 ESG(환경·책임·투명경영) 가치 반영 자산을 전체 자산의 50%가량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마찬가지다. ESG 책임투자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기금 운용의 지고지선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국내 주식시장이 폭발적 장세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을 대량으로 매도해 시장을 의아스럽게 했다. 중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맞추기 위해서 국내 비중을 줄이고 해외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라 하지만, 계획에 불과한 중장기적 포트폴리오 실현과 현재의 수익률 제고가 상충 관계에 있는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연금은 소소한 일반 연기금과는 위상이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익률은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수익률을 리딩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민연금 기금은 연못 속 고래로 지칭되는 거대 기금이어서 해외투자도 불가피하지만, 대한민국 국민과 기업이 한 푼 두 푼 적립한 노후자산으로서, 대한민국 경제를 버리고 헤지펀드처럼 국내외를 마구 휘젓고 다니는 연기금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연금은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는 800조원을 상회하는 기금 규모로, 5% 이상 지분을 가진 기업 수는 300개가 넘고, 10% 지분을 가진 기업도 100개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에 걸맞은 큰 위상은 높은 기금 운용 성과와 함께, 자랑스러운 국부펀드로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기금으로 거듭날 때 더욱 빛날 것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