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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칼럼

[글로벌포커스] 남북협력 vs 한미공조?

입력 2021.02.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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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하에서 남북 협력은
한미공조 통해서만 가능하다
美 메시지 잘 읽는 게 첫 단추
할말 있으면 얼굴 보고 당당히
사려 깊지 못한 말은 역효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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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맘때 필자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필요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 면제를 받아내기 위해 뉴욕에서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그 직전까지 줄곧 북한의 도발 응징을 위한 안보리 결의 채택에 앞장섰다가 평창 이후에는 대화와 제재의 투트랙 프로세스를 관리하며 유엔 외교 현장을 지켰던 필자로서는 3년 전보다 더 악화된 한반도 안보 상황을 바라보는 심정이 착잡하기만 하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손익계산서는 분명 적자다. 북한 비핵화에 진전은커녕 핵·미사일 위협만 더 커진 상황에서 대북 국제공조 체제는 이완됐고, 남북군사합의서 이행과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방위태세마저 약화됐다. 김정은은 시진핑 주석과 다섯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소원했던 북·중 관계를 완전히 복원했고, 선대에도 이루지 못한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세 차례나 갖는 막대한 정치외교적 이익까지 챙겼다. 우리가 얻은 건 위장된 평화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대북제재 하나만큼은 끝까지 풀지 않았다는 점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제재는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묶어놓기 위해 가장 유용한 비군사적·외교적 압박 수단이다. 3년 전 북한이 태도를 바꾼 가장 큰 이유도 제재 때문이었고, 이듬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김정은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하노이까지 달려간 것도 영변 핵시설만 폐기하면 제재가 풀릴 수 있다는 오도된 확신 때문이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의 대가로 '일부' 제재(2016~2017년 안보리 결의 5개)만 해제해줄 것을 요구했는데도 미국이 이를 걷어찼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이 말한 '일부'는 유엔 역사상 최강의 제재가 담긴 안보리 결의들이기 때문에 사실상 안보리 제재를 '모두' 해제하라는 것과 다름없었고, 그것이 하노이 회담 결렬의 결정적 이유였다. 영변 핵시설을 너무 비싸게 팔려다 거래가 깨진 것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북·미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북한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없는 한 제재 완화 가능성은 없다. 진전 여부에 대한 판단 주체는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다.


싫든 좋든 그것이 외교적 현실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는 '민생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만을 예외로 인정한 '포괄적 제재'다. 따라서 관광이 '분야별 제재' 대상(석탄, 철광석, 수산물 등)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해서 예외라는 주장은 틀린 말이다. 관광도 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없는지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미국의 동의는 필수적이다. 유엔 제재를 피해 독자적으로 남북 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분야가 적지 않은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다. 제재 예외인 인도적 지원조차 정치적 상황에 영향을 받는 현실을 이미 목도하지 않았는가.

현상 타파를 위해 외교적 상상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외교가 구름 위를 걸을 수는 없다. 두 발을 굳게 땅에 디디고 한 발짝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대북제재하의 남북 협력은 한미 공조에 길이 있다. 첫 단추를 잘 끼우려면 워싱턴의 메시지를 잘 읽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을 중시한다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요구도 분명하고 구체적일 것이라는 말이다. 신뢰를 줘야 할 민감한 시기에 책임 있는 인사들의 사려 깊지 못한 언행은 남북 협력 추진에 역효과를 가져올 뿐이다. 할 말이 있으면 당당히 얼굴을 맞대고 해야 한다. 그것이 동맹국에 대한 예의이고 신뢰를 지키는 길이다. 미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북 사업을 강행할 배짱이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미국을 탓하기 전에 남북 협력을 가로막는 북핵 문제 해결이 왜 지지부진한지 그 이유부터 헤아리기 바란다.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말도 문제지만 말조차 동맹답지 않아서야 그 동맹이 지속가능하겠는가.

[조태열 전 외교부 차관·주유엔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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