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대학의 위기, 대처의 위기

입력 2021/04/08 00:04
수정 2021/04/0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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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 대학가는 스산하다. 10여 년 전부터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더니 올해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속출하고 있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 대학가 위기는 시장원리의 냉혹한 판결인가, 정책 실패의 당연한 귀결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2017년)에 따르면 한국의 중·고등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는 1만3579달러(구매력 기준)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34%)이 36개국 중 2위다. 여기에 사교육비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중·고등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 비중은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반면 1인당 GDP 대비 한국 대학생 1인당 교육비(R&D 지출 포함) 비중(22%)은 비교 대상 35개국 중 33위에 불과하다. 2017년 현재 한국 대학생 1인당 교육비 수준은 중·고등학생과 초등학생 수준보다도 낮다.

교육 투자에 이 같은 불균형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초·중·고등학교에 투입되는 총교육비 가운데 3분의 2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정률(20.79%)로 정해지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통해 조달된다. 경제 성장에 따라 내국세 총규모가 증가하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총규모도 증가한다. 그런데 최근 중·고등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1인당 교육비는 2014년부터 급속히 상승하고 있다.


반면 대학생 1인당 교육비는 등록금 규제와 고등교육 정부 예산 동결 등으로 지난 10년 내내 정체 상태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가 중·고등학생 (그리고 초등학생) 1인당 교육비보다 낮은 상황에 이르렀다. GDP 대비 대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은 나라는 영국(1위), 미국(2위), 일본(7위) 등 기술 선진국인데 한국 대학의 교육 여건은 이런 나라들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처럼 대학생 교육비가 중·고생 교육비보다 낮은 나라는 OECD 36개국 중 콜롬비아, 그리스뿐이다. 한 나라의 전체 교육비가 대학생과 중·고등학생 사이에 배분되는 비중을 통해 판단할 때 한국 등 3개국은 4차 산업혁명보다는 2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국가 경쟁력이 혁신 기술 개발과 고부가가치 상품 생산 능력에 좌우됨을 생각할 때 우리나라 대학의 교육 현실은 미래 전망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유치원생과 초·중·고교생 수가 감소하고 있으니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생을 교육시키는 데 사용하면 되지 않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허용하지 않는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지역 교육청으로 배정되는데, 대학은 교육청 관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기이한 교육재정 배분 구조는 기존 제도가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개인들의 소비 패턴이 많이 바뀌고 사회 전반에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고 있다. 국가의 법과 제도가 개인이나 가정처럼 신속하게 바뀌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하지만 앞으로 더 심각해질 위기를 인식하고 대비할 방도를 모색하는 조짐을 바랄 수는 있다. 여러 계기판을 통해 드러나는 대학 위기에 대응해 기존의 법과 제도가 적절히 바뀌어 나가기를 바란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 위기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국가 전체의 미래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창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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