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댁의 자녀라면 어느 학교에? [매경이코노미스트]

입력 2021/04/08 00:04
수정 2021/04/0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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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부터 G까지 총 7개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자신의 학교가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인지를 설문조사했습니다. 위 표는 그 결과를 보여줍니다. A학교 학생들 중 19%는 자신의 학교에 대해 가장 만족하는 점으로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B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면학 분위기가 좋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중(38%)을 차지하였습니다. 이제 표의 나머지 결과도 유심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학령기 자녀를 둔 부모님들, 특히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은 더 자세히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은 어떤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싶으신가요?

사실 이 표는 7개 고등학교가 아니라 7개 유형(A:일반고, B:자공고, C:광역 단위 자사고, D:전국 단위 자사고, E:과학고, F:영재고, G:외고·국제고)의 총 263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고2 학생 511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입니다. 설문조사는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신경민 국회의원이 공동으로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에 실시했습니다.

저는 앞서 여러분께 자녀를 어떤 학교에 보내고 싶으신지 물었습니다. 7개 '학교'의 정체를 알고 어떤 생각을 하셨는지요? 대부분은 "역시…"라며 그리 놀라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학교의 정체를 알고 난 후 결과를 이상하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비일반고 학교들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어 면학 분위기 좋음'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것은 이들 학교가 입시 위주의 학교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입시 위주의 학교라면 대학 진학에 크게 유리해야 할 텐데, 정작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응답은 일반고와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일반고의 교육 환경이 평균적으로 일반고에 비해 훨씬 좋아 보입니다. 과학고, 영재고, 외고 등은 전공수업, 교육과정의 다양성이 좋고 수업의 질도 높은 것으로 보입니다. 자사고와 자공고는 면학 분위기가 월등히 좋게 나타났습니다.

이 같은 결과를 보니 비일반고에 진학하기 위해 경쟁이 벌어지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어떤 이는 자사고, 특목고 등이 사교육 과열의 원인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근거도 미약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높은 사교육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자사고나 특목고 이전부터 문제였습니다. 일반고에 비해 비일반고 학생이 사교육을 받는 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비일반고가 사교육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엄청난 논리의 비약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보고서에서 실시한 또 다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비일반고 학생 중 사교육을 받는 비율은 진학 이후에 오히려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일반고 학생들을 일반고에 다니게 한다고 사교육을 덜 받을지 극히 의문스럽습니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함이고 그 정도는 일반고를 다니건 비일반고를 다니건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얼마 전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폐지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했습니다. 무엇이 그리도 급해서 평가기준을 바꾸고 소급적용을 해가며 자사고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인가요? 교육부는 법 개정을 통해 자사고, 외고, 국제고의 설립 근거를 없애려고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자사고를 없애는 대신 다른 학교들을 자사고처럼 만드는 상향 평준화를 이룰 수는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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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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