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시평] 관성의 저주:한국 반도체 산업 안전한가

입력 2021/04/19 00:03
수정 2021/04/19 09:18
엔비디아의 GPU에 도전하는
삼바노바,응용 AI분야도 공략
한국도 대기업 중심서 벗어나
기존아성에 덤비는 아웃라이어
성장할 수 있게 생태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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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대결과 디지털 전환의 가속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 14일 엔비디아(NVIDIA)의 GPU 아성에 도전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삼바노바시스템스로부터 6억7600만달러(약 7600억원)의 시리즈 D 투자를 받았다는 소식이 도착했다. 불과 3년 반 전인 2017년 11월 창업한 이 회사는 이전에도 5600만달러, 1억5000만달러, 2억5000만달러의 시리즈 A, B, C 투자를 각각 받았다.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2가 선도한 이번 투자에 월든인터내셔널, 구글 벤처, 인텔 캐피털, 블랙록 등의 기존 투자자와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GIC도 참여했다.


필자는 2020년 1월 CES의 한 모임에서 삼바노바 초기 투자를 이끌었던 립부 탄 월든인터내셔널 회장과 대담을 했다. 삼바노바의 혁신 기술은 소프트웨어적으로 재구성이 가능한 RDU라는 고성능 인공지능(AI) 칩과 이를 활용해 다양한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성능을 최적화하는 통합 데이터센터 솔루션이다. RDU는 TSMC의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됐다.

창업자는 고성능 멀티코어 CPU의 대부 쿤레 올루코툰 스탠퍼드대 교수와 데이터 및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서 창업 성공 경험이 있는 크리스 레 스탠퍼드대 교수다. 2002년 선마이크로에 인수됐던 올루코툰 교수의 첫 스타트업에서 일했던 로드리고 리앙이 오라클과 선마이크로의 엔지니어링 경험을 가지고 창업자로 조인해 CEO를 맡았다. 립부 탄 회장이 이전에도 여러 번 창업을 권유했던 인물이다.

삼바노바 초기 투자자 립부 탄 회장은 말레이시아 태생으로 실리콘밸리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투자를 지속해왔다. 2008년부터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회사 케이던스디자인의 CEO를 맡고 있으며 소프트뱅크와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NTU) 이사 등도 겸직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싱가포르 국부펀드의 삼바노바 투자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디지털화로 세상이 바뀌는 만큼 반도체 수요도 전통적인 CPU, 메모리 중심에서 GPU, 인공지능 칩, IoT 센서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클라우드 시대에는 어떤 브랜드의 칩을 쓰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가성비가 좋은 AMD가 인텔에 비해 경쟁력이 강화됐다. 인공지능에 선투자한 GPU 기업 엔비디아가 부상했고 이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해 인텔의 데이터 센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이 GPU에 뿌리를 둔 엔비디아를 새로운 인공지능 칩을 설계해 응용 분야까지 엔드 투 엔드(End-to-End)로 최적화하여 공략하는 회사가 삼바노바다.

반도체 산업을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기 위한 전략산업으로 재인식한 미국이 자국 파운드리 산업을 키울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미국의 통제하에 있는 케이던스를 비롯한 3대 EDA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면서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 시설을 확장하지 않을 수 없게 할 것이다.

변혁의 시기에는 도전적 아웃라이어가 어느 순간 주도자가 된다. 엔비디아와 TSMC가 그랬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속적 성장을 하려면 대기업 중심의 관성에서 벗어나 삼바노바같이 기존 아성에 도전하는 아웃라이어가 태어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따로 보는 산업 간 칸막이 정책과 반도체 인력 수급을 위한 반도체 계약학과 같은 단기 처방으로는 혁신적 아웃라이어 양성을 기대할 수 없다. 우리의 국부펀드도 싱가포르처럼 글로벌 전략 투자를 통해 우리 생태계를 세계로 확장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전략 분야에 대해 과거의 관성을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이끌 국가적 구심점이 필요하다.

[차상균 서울대학교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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