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탄소중립 시대

입력 2021/04/19 00:04
수정 2021/04/1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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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4번째, 지구에서 15번째로 풍부한 원소, 바로 탄소(C)이다. 인류는 고대로부터 기본 연료와 청동을 주조할 때 숯의 형태로 탄소를 사용했으며, 오늘날에는 다른 원소와의 결합으로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등 신소재를 개발해 항공 우주와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목받는 융합 기술의 원조가 바로 탄소인 것이다.

글로벌 경제의 70%, 전 세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의 65%를 차지하는 국가들이 이미 탄소중립 선언에 동참함에 따라 탈탄소 경제로 세계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간 7억t이라고 하니 2050년까지 이를 순배출 '0'으로 줄이자는 것인데 제조업 비중과 화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구조상, 탈탄소 여정이 결코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결국 탈탄소화 추진 속도와 세부 이행 계획의 쟁점 사항을 정부와 산업계가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관건이다. 2030년까지 무공해차 보급을 시장 전망치의 3배로 확대할 경우 자동차 부품 업계의 30%에 해당하는 내연기관차 업체의 피해가 예상된다. 산업구조 전환 과정에서 제조업 일자리가 최대 130만개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기존 산업의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저탄소 산업구조로 연착륙할 방안을 찾는 것은 미래 국가 산업 발전에 중차대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산업계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공감하고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민간부문 주도의 2050 탈탄소 산업구조 비전과 세부 계획 수립이 중요한데, 필자가 회장직을 맡은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KBCSD)의 글로벌 협력기구인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가 올해 3월 대외에 발표한 'Vision 2050: Time to Transform'이 글로벌 산업계 전체적 시각에서 조망한 통합적 탈탄소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어 국내 숙의 과정에 유용한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전 세계 기업들의 분산된 탈탄소 노력을 공통의 목표와 비즈니스 해법으로 결집해주는 로드맵인 만큼 국내 산업계가 이를 활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모두가 충족한 삶을 영위한다'는 비전이다. 탈탄소화 여정만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 공존을 담보하는 사회 전환 노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구산업과 신산업의 공존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 구현과 저소득층의 저탄소 에너지 접근성 확대를 위한 세심한 정책과 혁신적 비즈니스 솔루션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매우 공감이 가는 대목인 것이다.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의 저자이자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빌 게이츠는 저서에서 탄소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해법을 논하는 데 있어 '마법은 없다'고 단언한다. 탄소중립 경로에서의 지난한 사회적 합의 과정을 감내하고,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를 뛰어넘는 혁신 마인드와 이를 견인할 전환적 정책이 뒷받침될 때 탄소중립 시대의 진정한 게임 체인저로 도약할 것이다.

[이경호 KBCSD 회장·영림목재(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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