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작심삼일 아닌 ESG를 위해

입력 2021/04/20 00:04
ESG 경영 시대정신 됐지만
진정성 빠진 그 어떤 변화도
혁신 아닌 '그린워싱'일 뿐
ESG와 기업가치 연결점을
리더는 설명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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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가 오마에 겐이치는 변화를 위해 새로운 결심만 하는 것은 무의미한 행위라고 한다. 그는 인간을 바꾸는 방법은 세 가지라고 주장한다. '만나는 사람을 바꾸는 것' '사는 곳을 바꾸는 것' '시간을 달리 쓰는 것'이 그것이다.

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많은 인간으로 구성된 조직이 변화했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결과다. 그러기에 일찍이 삼성그룹의 고(故) 이건희 회장 또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는 주문과 함께 출퇴근 시간의 변화라는 강수까지 썼지만 결국 변화라는 기적은 쉽게 일어나지 않았다.

인간은 생각과 행동이 변해야 변화가 완성된다. 우리가 새해 결심을 하고 생각을 바꾸지만 결국 얼마 못 가서 예전의 행동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행동의 변화까지 이끌기는 매우 어렵다.


법륜 스님 말씀처럼 '전기충격기'를 휴대하고 다니다가 바꾸고 싶은 행동을 할 때마다 전기충격기로 충격을 줘야 할 만큼 변화는 어렵지만 어쨌든 시작은 생각이 바뀌는 것이다.

기업이 생각을 바꾼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그것은 추구하는 목적의 가치가 바뀌는 것이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이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2021년 우리 사회의 화두로 등장한 환경·사회·지배구조의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는 ESG 경영을 추구한다는 것은 조직의 생각이 기존 주주자본주의와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겠다는 결심과도 같다. 하지만 오마에가 말했듯이 새로운 결심만으로 변화되지는 않는다.

ESG 경영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고 기업에 새로운 성장과 혁신의 원동력이 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먼저 기존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던 사람이 아닌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을 조직 내에 과감하게 수용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수용해야 한다.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은 조직에서는 내부의 역동적인 동력이 유지되기 힘들다.

둘째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나 관행으로부터 과감하게 단절을 추구해야 한다.


새롭게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는 기존 목표를 단지 수익성과 안정성으로 정당화한다면 모순적인 전략들로 인해 기업은 복잡성의 덫에 빠질 것이다.

셋째, ESG의 가치에 맞지 않는 기존 조직문화도 변화시켜야 한다. 생산성으로 포장된 효율성만을 추구하던 문화로부터 진정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될 수 있는 공감의 문화로 변화해야 한다. 하지만 변화를 위한 행동들에도 그 선결 조건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이 빠진 그 어떤 변화도 혁신이 아닌 '그린워싱'에 해당하는 변장일 뿐이다.

진정성은 조직을 대표하는 경영자와 리더로부터 발현된다. 2014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를 이끄는 사티아 나델라는 자기 성찰을 바탕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할 동기를 찾고 그것으로부터 혁신의 변화가 만들어지는 조직문화를 만들었다. 선한 경쟁을 통한 직원들의 성장은 곧 비즈니스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는 믿음을 일관되게 실천함으로써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 현재 시가총액 2조달러를 눈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ESG 경영을 선언한 리더는 ESG 경영이 왜, 어떻게 기업가치와 사명에 연결되는 건지 직원, 투자자나 고객, 지역사회,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아는 만큼 행동한다고, 설명하지 못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빠져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ESG 경영은 더 나은 성장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시대정신이다. 우리는 좀비가 가득하거나 더는 인간이 살기 힘든 회색빛 지구의 미래상에 이젠 지쳤다. 우리가 어려서부터 자라온 이 지구에 두 발을 굳건히 디디고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서로 존중하고 존중받으며 생을 영위하고 싶다. 갑자기 불어온 ESG 경영 열풍이 임계점을 넘길 진정으로 고대한다.

[지용구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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