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사진은 말한다] 섬 어린이들, 1972년 10월 8일

입력 2021/05/09 18:31
수정 2021/05/10 09:14
445889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해가 저무는 시간에 경남 통영시 산양읍 저림리에 있는 섬 '학림도'에 들어갔다. 항상 섬에 들어가면 언제 또 이런 섬에 올지 기약할 수 없어서 무조건 섬을 한 바퀴 돌아보는 버릇 때문에 삥 돌기 시작했다.

해안으로 내려가는 능선에 세 명의 까까머리 섬 아이들이 염소 목줄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염소들에게 풀을 먹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얘들아,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느냐'고 묻자 모두 삥 둘러앉아 카메라를 쳐다보는 모습이 너무나 해맑고 정겨워 보였다. 이미 주변이 어두워 필름에 빛이 많이 들어오도록 셔터 스피드를 느리게 해서 몇 장을 찍었다. 도시 아이들과 너무 달랐던 그 순박한 얼굴들이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