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이지 경영'

입력 2021/05/10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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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장의 사진이 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사진이었다. 사실 대단한 사진은 아니다. 쓰레기 줍는 사진이었으니 말이다. 기사 제목은 '조깅하며 쓰레기 줍는 용진이 형'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화두인 ESG 경영도 세상에 없던 새로운 게 아니라 작은 실천을 모으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많은 이들이 ESG를 말한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각자 머릿속엔 서로 다른 ESG, 어렵고 복잡한 ESG가 자리 잡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던 찰나에 접한 정 부회장의 멘트는 무척 신선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전경련은 '이지경영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지경영이란 'ESG 지속가능경영'에서 '이(E)' '지' '경영'을 따서 만든 용어다.


주변에서 이지(easy)하게 할 수 있는 탄소중립, 기후변화 대응, 환경보호 실천 과제를 지키면서 ESG 경영을 확산시키자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첫째, 퇴근할 때나 사무실에 아무도 없을 땐 소등을 하자. 전기 생산을 위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비중은 2019년 기준 석탄이 40.4%, 가스가 25.6%에 달한다.

둘째, 두꺼운 보고 자료는 출력하지 말고 전자파일을 활용하자. 꼭 필요한 경우는 양면 인쇄나 한 장에 두 페이지를 인쇄하는 모아 찍기를 활용하자. 종이 1t을 생산하려면 30년 된 나무 17그루를 베어야 한다.

셋째, 가까운 거리라면 걸어가고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자. 단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는 꼭 쓰고, 도착해서는 30초 이상 손을 씻고, 손 소독제를 자주 사용하자. B(us), M(etro), W(alking)로 지구도 지키고 건강도 지키자.

넷째,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이나 개인용 텀블러 사용을 습관화하자. 일회용품은 잘 썩지 않는다.


땅에 묻힐 경우 토양 미생물이 생기는 데 방해가 되며 토양 생태계에도 큰 피해를 준다.

다섯째, 컴퓨터나 모니터 같은 사무실 전자제품을 안 쓸 때는 플러그를 뽑자.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소비되는 대기전력을 아끼자는 취지에서다. 컴퓨터 모니터와 본체, 프린터가 연결된 콘센트에서는 8W(와트)의 대기전력이, 비데에서는 매 순간 50W의 대기전력이 흘러나간다고 한다.

여섯째, 핸드 타월 대신 손수건을 쓰고 핸드 타월을 쓰더라도 한 장씩만 사용하자. 약 40m 길이의 두루마리 휴지 한 개를 만드는 데 펄프 125g이 필요하고 이 펄프 1t을 생산하려면 30년 된 나무 20그루가 필요하다고 한다.

일곱째, 각자 사무실에 반려식물 하나를 들여보자. 나무 정도는 아니겠지만 탄소를 흡수해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 윗사람에게 한 소리라도 들었을 때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 주는 정서 순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

'용진이 형' 기사를 보면서 느낀 점은 이렇다. '그래. 주변의 작은 것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거창한 2050 탄소중립이고, 이해관계자의 자본주의를 읊어봐야 공염불 되기 십상이지.' 그러니까 거창한 것 말고, '이지경영'합시다.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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