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를 향한 '콘월컨센서스'

입력 2021/06/11 00:04
수정 2021/06/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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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 만들기(Build Forward Better)라는 비전을 내건 G7 정상회의가 이번주 말 영국 최남서단 휴양지 콘월에서 열린다. 올해는 한국 인도 호주 등이 초청국으로 참가하는바 이 세 나라 모두 최근 중국과 갈등을 겪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 당연히 미·중 갈등의 지속과 조 바이든 취임 이후 첫 회의라서 주목받을 만하고, 실제로 코로나19, 미·중 갈등 구조, 도널드 트럼프가 불러들인 보호무역주의라는 배경하에서 새로운 세계 경제 질서의 밑그림이 제시될 예정이다. 그 내용은 콘월컨센서스라는 이름으로 제안될 것이고 이미 인터넷에 공개됐다. 필자는 'G7 경제 회복력 패널'에 한국 대표로서 여러 차례 영상회의에 참여했다.


특히 의장국인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한 이후 유럽대륙 경제권이나 북미 경제권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의 일본 및 한국,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자유무역 질서의 회복을 위해 공을 들였다. 보호무역주의는 모두 다 패자가 되는 네거티브섬 게임이기에 당연히 자유무역을 회복해야 한다고 하나, 새 콘월컨센서스의 내용은 과거 소위 신자유주의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무역 및 자본 자유화를 핵심으로 하는 '워싱턴컨센서스'와는 다른 새로운 가치들을 담고 있다. 정상회의 한 주 앞에 열린 재무장관회의에서 나온 최저 법인세 및 디지털세에 대한 역사적 합의가 시사하듯 최저 조세를 쇼핑하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에 대한 견제가 들어가 있고, 글로벌 공급망도 이윤 극대화적 효율성만이 아니라 안정성, 복원성(resilience)이 동시에 강조되고 있다.

핵심은 특정 강대국의 경제적·비경제적 압박과 왜곡으로부터 자유로운, 즉 '규범에 기반하되 자유롭고 공정하고 열린' 국제 경제 시스템이다. 5대 키워드는 국제적 연대와 협조, 경제 및 지정학적 위험의 관리, 유연한 공급망, 인류 공통의 가치에 봉사하는 더 나은 거버넌스 및 포용성 등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글로벌 공조 및 지속가능성, 소수·약자 계층 및 개도국에 대한 포용성, 디지털 거버넌스에 대한 강조도 들어가 있다.

구체적인 8대 정책 제안에는 다국적기업의 법인세 수입을 포함한 확충된 재원으로, 향후 10년간 연간 투자를 팬데믹 이전 수준 국내총생산(GDP)의 2% 정도 늘려 강한 경제 회복을 이끌고 성장의 질을 높인다는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또한 탄소배출 감소 및 기후변화 영향 완화를 위해 2030년까지 매년 7조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추정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해적질 등 다양한 디지털 거버넌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과거 서울 G20 회의에서 나온 금융안정위원회와 유사한 '데이터 및 기술 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직접적 언급이 나오지는 않지만 여러 군데서 중국을 의식하고 있음이 확연하고, 특히 노동 규범, 환경 규범, 디지털 규범, 국영기업의 역할에 대한 언급 등이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백신 문제는 서방 선진국에서는 이미 해결돼가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인식이 엿보였으나, 각자도생식 백신 민족주의를 배척하고 과도한 지식재산권 보호가 백신의 보편적 보급에 장애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도 들어가 있다. 반면에 반도체 공급망에 대한 불안이 서방 국가들 초미의 관심사임이 나타났다. 이에 반도체, 희토류 공급망에 대한 워킹그룹 또는 CSF(Critical Supply Forum) 설치·가동을 제안하고 있어 한국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이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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