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MZ세대 위한 연금개혁 시급하다

입력 2021/07/15 00:05
수정 2021/07/15 01:15
적립기금 없는 연금 운영
노년부양비 낮아야 가능
독·일·영보다 상황 심각
언젠간 들통날 '폰지게임'
연금개혁 방치는 책무 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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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7년 국민연금 적립기금 완전 고갈, 5년에 한 번씩 이루어지는 4차 재정 재계산 결과이다. 적립금이 없어지는 2057년 그 당시 노령이 되어 연금 수급을 시작할 1990년대 이후 태생, 이른바 MZ세대는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법이 정한 연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면 세대 간 다단계 사기, 국가라는 거대 공동체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폰지게임(Ponzi Game)이 될 수 있다. 혹자는 이를 세대 간 도적질이라 칭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팩트'의 확인이다. 국민연금을 현행 제도대로 운영할 때 2057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된다는 것은 2018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의 장기재정전망 결과이고, 지난해 국회예산정책처도 2055년에 적립기금 고갈 사실을 재확인했다.


사실 적립기금 고갈 가능성은 2007년 제2차 국민연금 개혁 당시에 이미 예정된 사실이기도 하다.

적립금이 없는데도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세대 간 부양 원칙이 내포된 공적연금은 적립기금이 없어도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럽 대부분의 공적연금은 사실상 적립기금 없이 운영된다. 매년 노령 세대 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정 소요액만큼을 근로 세대에게 연금보험료 혹은 세금을 징수해 조달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공적연금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애당초 기금을 적립한 적도 없다. 일부 전문가는 우리나라도 이와 같이 하면 되니까 적립기금이 고갈돼도 상관없다고 주장한다.

적립기금 없는, 이른바 유럽 국가의 부과 방식 연금제도가 무리 없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인구 구조가 받쳐줘야 한다. 연금 지급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는 근로 세대의 인구수 대비 연금을 수급하는 노령 세대 인구수 비율인 노년부양비가 낮아야 한다.

노령인구보다 근로인구가 많은 시기에는 노년부양비가 낮아 제도 운영이 용이하지만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출산율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노년부양비가 높아져 미래 세대로 갈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는 이른바 폰지게임과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유럽 국가 대부분은 이를 막기 위해 미래 세대 부담을 적정화하기 위한 연금 개혁을 1980년대부터 국가적으로 대홍역을 치르면서도 추진했다.

문제는 우리는 이들 국가보다 상황이 훨씬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들 국가는 평균수명의 연장이 주요 과제였다면, 우리는 평균수명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합계출산율이 2020년 0.84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60년 노년부양비는 91.4, 2067년에는 102.4로 2020년 21.7의 5배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 충격에 연금 개혁을 단행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2060년 노년부양비가 40~60 수준이고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도 70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노년부양비는 연금제도가 지속불가능할 수도 있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노년부양비가 우리보다 낮은 국가도 고령화 대응 연금 개혁을 거의 완료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연금 개혁을 방치하고 있는 것은 MZ세대에 대한 현 세대의 당연한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연금 개혁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에 비유되듯 정치권에서는 인기 없는 지난한 과제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넘어가야 할 산이다. 혹자는 이미 정권 말기이고 코로나19로 경제도 어려워 올해는 연금 개혁이 어렵고, 2022년 새 정부, 새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라고 한다.

그러나 2007년 제2차 국민연금 개혁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 말년이었고, 1998년 제1차 국민연금 개혁은 IMF 외환위기 당시에 이루어졌다. 현시점이 대통령 주도하에 연금개혁위원회를 구성해 국민연금과 함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직역연금을 포함한 연금 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합의를 이룰 수 있는 최적기일 수도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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