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새 일자리가 생겨나리란 '맹신'

입력 2021/07/22 00:05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문제
꼭 낙관적이지만은 않아
새 일자리로의 노동 재배치
근래들어 둔화되는 추세
막연한 '포용'으론 해결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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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이며 노벨경제학상 후보로도 자주 거론되는 대런 애쓰모글루 교수가 맥킨지와 나눈 대담을 들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 경제의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성장과 혁신의 양상은 1980년대부터 그 이전의 60·70년대와 달라졌다고 한다. 가장 큰 차이는 자동화에 따른 경제시스템의 구조적 변화에 관한 것인데, 이는 디지털 뉴딜과 관련해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전환이나 뉴노멀로도 불리는 최근의 변화가, ICT와 바이오 같은 다양한 신기술들이 보편화되고 일상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며, 양극화와 같은 사회적 이슈와도 밀접히 관련되므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주제였다.


자동화는 60년대 이전부터 시작되었지만, 80년대에 들어 그 부정적 측면이 두드러지는 배경에 애쓰모글루 교수는 주목한다. 대표적으로, 유독 저소득층에서만 실질임금이 하락하는 경향이 80년대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60·70년대와는 달리 이것이 개선되지 못하는 원인에 대하여 애쓰모글루 교수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지만) 기술 발전과 경제 전반의 생산시스템 간 불일치 혹은 적응 실패를 지목한다. 60·70년대의 자동화로 인해 밀려난 직종은 주로 1차 산업과 일부 제조업에 편중되었는데, 이들이 다른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 흡수되면서 오히려 실질임금이 상승하는 경향까지 보였다. 그러나 그 이후의 자동화와 글로벌 분업화 과정에서는 이러한 광범위한 노동력 재배치가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그 불일치와 불균형이 점차 심해진다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다.

60·70년대에는 가능했지만 80년대부터 유연한 적응이 어렵게 된 이유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프레임은 아직 없다고 하면서도, 애쓰모글루 교수는 기술 발전이 시장에서 선택되고 제도화되는 과정에 문제의 원인과 동시에 해결책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가 생산성 향상에 따른 파이의 증가와 새로운 분야에서의 일자리 창출로 상쇄될 것이라는, 역사적 경험에 기초한 낙관적인 전망에 경종을 울린다.

'제2의 기계 시대'(2015년 출간)나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의 일자리의 미래에 관한 보고서 등이 극대화된 자동화로 인해 2020년대 초반까지(!) 상당수의 일자리가 AI와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라고 겁을 주었지만,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전까지 미국, 일본, 독일 같은 자동화 선도국가에서 실업률과 같은 지표들은 오히려 개선되는 경향까지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많이 가려졌지만, 최소한 학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문제는 새로운 도전과제라기보다는 반복되는 역사적 현상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그런데 애쓰모글루 교수는 이 이슈를 다시 검토할 것을 주장한다. 캐나다 작가인 로널드 라이트의 말처럼, 역사는 반복되지만 그때마다 뒤치다꺼리를 위한 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 전반적이나 평균적 지표보다는 과정을 따져보면서 자동화를 위한 기술 조합의 선택과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불일치와 불균형을 줄이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의 저자답게 애쓰모글루 교수는 이런 노력에서 포용적 제도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런데 그가 말하는 포용적 제도는 포용적 성장이나 ESG 경영의 관점과는 결이 다르다. 좋아 보이는 것을 다 포함하는 잡화점식 포용은 제도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 포용적 제도는 열려 있음을 의미하지만, 목적에 맞춰 온전히 기능하려면 명확하게 구체화되고 한정되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의 재건을 위해 디지털 뉴딜의 바람이 다시 불지만,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이것저것 다 해보겠다면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도훈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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