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다양하게 바라보기

입력 2021/09/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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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미국에 처음 여행 가서 현지 대형마트에 갔던 첫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에는 몇 종류 없던 콜라가 레몬, 라임, 체리, 바닐라 등 다양한 맛이 있을 뿐만 아니라 카페인이 없는 콜라도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서 단일 제품에 집중하기보다 새로운 것을 여러 방식으로 도전하고 시장으로부터 선택받은 제품에 주력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당연히 실행해야 할 전략일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관련 없어 보이는 이종 산업 간 이색적 결합과 변조로 신선한 시도를 한 제품들이 부쩍 많아진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처럼 익숙한 상황을 때로는 낯설게, 다양하게 바라보는 일은 '새로움'의 원천이 될 때가 많다.


내가 주로 연구하는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디지털화의 영향을 가장 처음 그리고 많이 받은 산업이다. 오늘날 우리가 음악과 영화를 소비하는 모습을 생각해보자. CD와 DVD는 이미 오래전 디지털 스트리밍 서비스로 대체됐다. 그리고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둘러싸고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디지털 전환이 더욱 가속됐을 것이라고 자연스럽게 믿어왔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흥미롭게도 내 연구팀에서 전 세계 60개국 디지털 음원 매출 데이터를 실증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3월 WHO 팬데믹 선언 후 약 세 달 동안 음원 판매는 오히려 평균 12.5% 감소했다. 직관과 반대되는 이 결과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의 이동이 줄어들고 재택근무가 늘어난 트렌드와 관련이 있었다. 실제로 이 감소폭은 봉쇄정책이 강력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통근시간이 길수록, 그리고 확진자가 많을수록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가온차트 기준 2021년 상반기 톱 400위 곡들의 총 음원 판매량이 2020년 대비 13%, 코로나19 영향이 거의 없었던 2019년에 대비해서는 26%나 줄어들었다는 또 다른 통계가 있다.

그렇다면 실물음반(CD) 시장은 더 큰 충격을 받았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로 디지털 음원 성장세가 주춤하고 콘서트를 열기 어려워지면서 BTS를 위시한 케이팝 스타들의 CD 판매는 국내에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연간 가온차트 기준 톱400의 2020년 CD 판매는 총 4200만장으로 2016년 대비 4배, 2019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2021년 상반기에도 이미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어난 약 2600만장이 판매됐다고 하니 단기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 소장과 소유 욕구에 기반해서 한국에서는 CD, 미국에서는 LP·EP 등의 레트로 소비가 늘어나는 새로운 소비 형태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이렇듯 현상이나 사물을 조금 낯설게, 다양하게 바라보면 우리의 직관과는 다른 면이 관찰될 때가 있다. 지금보다 나은 방향의 개선과 혁신은 바로 여기서 시작되지 않나 싶다. 비단 현상과 사물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고정관념과 평소 가졌던 인식에서 벗어나 일부러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면 그동안 몰랐던 내 가족과 동료의 좋은 면들을 발견하고 좀 더 기분 좋은 대화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조대곤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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