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갯마을 차차차

입력 2021/10/25 00:04
수정 2021/10/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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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의 마음을 달군 tvN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의 배경은 '짠내 사람 내음 가득한 바다 마을' 공진이다. 마지막 회에서 주인공 치과의사 윤 선생은 연인 홍 반장에게 서울로 돌아가지 않고 공진에 머물기로 결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공진에서 해야 될 일이 너무 많다."

두 주인공에게 공진은 고마운 동네다. 두 사람은 동네 주민의 보이지 않는 도움으로 사랑을 실현하고, 온 동네의 축복을 받으며 결혼한다. 인류가 비혼, 1인 가구로 간다고 믿는 세상에서 공동체와 결혼을 선택한 남녀를 응원하는 제작진의 용기가 신선하다.

공동체 교육과 돌봄 또한 공진을 살고 싶은 동네로 만든다. 고아가 된 홍 반장을 실제로 키우고 자살 직전에서 그를 구한 사람은 마을 할머니 감리다.


드라마 곳곳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을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공동체 기반 노인 돌봄의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단짝 친구 감리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낸 맏이와 숙자는 남은 여생을 서로 의지하면서 살 것을 약속한다. 마을 친구가 상호 의존하는 것은 한국 모델일지 모른다. 한국의 마을회관 노인 공동 생활이 공동체 돌봄 모델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다고 한다.

플랫폼이 지구를 하나의 커뮤니티로 통합하는 세상의 사람들이 왜 공동체의 따뜻함에 공감하는 것일까. 기술 사회의 공허함이다. 테크노 유토피아를 꿈꾼 1960년대 진보 과학자들의 기대와 달리 기술 사회는 커뮤니티, 소속감, 연대 등 공동체가 제공하던 가치를 재현하지 못한다. 흥미롭게도 같은 시기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 드라마에 오른 오징어 게임이 승자독식, 불평등 기술 사회의 현실을 그린다.


공진이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일까. 사쿠마 유미코의 '힙한 생활 혁명'이 말하듯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한국의 젊은이들은 공진과 같은 작은 마을에서 새로운 미래를 개척한다. 한국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청년들이 로컬 지향 기업가다.

공진의 홍 반장도 동시대 로컬 크리에이터다. 마을의 문제를 최신 기술과 밀레니얼 감성으로 해결하며 대도시 청년처럼 서핑, 커피, 와인 라이프스타일을 즐긴다.

공진 경제 묘사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버려진 해산물로 반려동물 식품을 만들고 오래된 조선소를 복합 문화 공간과 요트 제작소로 활용하는 등 어촌마을에서 최근 벌어지는 로컬 크리에이터 활동을 소개했으면 공진의 미래가 더 희망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공급자인 넷플릭스는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오징어 게임과 갯마을 차차차는 논리적으로 연결된다. 갯마을 차차차의 공동체가 오징어 게임의 현실을 해결하는 대안이다. 오징어 게임 팬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솔직히 외국인이 한국을 자극적인 방식으로 현실을 비판하는 날 선 나라가 아닌 그 문제에 대한 공동체 대안을 제시한 따뜻한 나라로 기억하길 원한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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