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코로나發 AI 교육혁명…강의실에도 '알파고 쇼크' 온다 [Big Picture]

입력 2021/10/20 00:04
수정 2021/10/20 09:29
코로나 이후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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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촉발한 변화


작년 봄 코로나19로 인해 대학은 엉겁결에 비자발적 비대면 강의 체제로 들어갔다. 필자는 그런 환경에 가장 불만이 많았던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현장감과 흥분감이 없는 강의에 대한 불만을 칼럼으로 쓰기도 했다. 네 학기째 비대면 강의를 진행 중인 현재 현장감 없는 환경에 대한 불만은 여전하다. 반면, 뜻밖에 학생들의 강의 평가가 더 좋아졌고,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비대면 강의를 위해 강의 노트를 완전히 개조하고 기초교육원과 함께 비대면 대형 강의 시범 강좌를 시도한 덕에 올해 서울대 교육상을 받았다. 비대면 강의에 가장 부정적이었던 교수가 비대면 강의 덕분에 상을 받다니 세상모를 일이다. 지금 시행되는 온라인 강의 시스템은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대단한 기술이 포함된 변화는 아니다.


앞으로 교육은 인공지능(AI)에 힘입어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교육 분야 데이터는 최적화 문제의 보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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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미국`을 상징하는 뉴런이 여러 문맥에서 대표하는 추상적 이미지. 이 이미지들은 해당 뉴런을 가장 크게 발화시키는 이미지를 거꾸로 계산해 만들었다. [사진 출처 = OpenAI]

교육은 AI 비즈니스의 킬러 애플리케이션


AI 기술을 이용한 대표적 비즈니스는 고객 타기팅이다. 고객의 행동 기록을 바탕으로 흥미를 끌 만한 상품을 제시한다.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 중간에 띄우는 광고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는 느낌을 줄 정도로 유능하다. 이런 기술에 바탕을 둔 온라인 광고 시장은 이미 어마어마한 규모로 성장했다. 이와 기술적으로 그리 멀지 않은 대표적 비즈니스가 교육이다. 교육 분야에서 적용 가능한 예는 넘친다. 우선 개인의 학습 데이터로부터 각 개인에게 알맞은 학습 경로를 디자인해 줄 수 있다. 이미 이런 비즈니스로 유니콘에 진입한 뤼이드라는 국산 스타트업이 있다. 교재 구성, 시험, 학생에게 어울리는 강사 매칭 등은 일부 예에 불과하다. 앞으로 교육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유니콘이 더 탄생할 것이다. 교육에 관심이 많고 온라인 활동이 활발한 우리나라는 이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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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인공신경망에서는 심지어 집단의 크기와 관계된 뉴런도 관찰됐다. [사진 출처 = OpenAI]

인간의 추상 독점이 깨지다


교육의 지향점에도 여러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추상의 인간 독점이 깨지는 현상이다. 사고 과정에서의 추상화는 다른 포유류가 갖지 못하는 인간의 전유물이었다. 추상적 사고는 뇌 속의 은유적 검색을 통해 이뤄진다. 은유는 일종의 지적 기시감(데자뷔)이고 추상적 검색 행위다. 언젠가 처한 듯한 논리적 상황, 언젠가 가본 듯한 지적 경로에 있다는 느낌 같은 것이다. 컴퓨터가 등장했어도 추상적 논리 전개는 인간 머릿속에 존재하는 것을 재현하도록 프로그램하는 것이어서 여전히 인간에게 의존해 왔다. 최근 이삼십 년에 걸쳐 이것을 침범하는 기술들이 자리를 잡아 왔고 AI 혁명으로 가속이 붙었다. 2005년 MIT·칼텍·UCLA 연구 그룹은 환자의 뉴런(뇌신경세포)에 미소전극을 꽂아 관찰하던 중 어느 환자의 뇌에서 여배우 제니퍼 애니스턴에게 반응하는 뉴런을 발견했다. 오프라 윈프리에게 반응하는 뉴런과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반응하는 뉴런을 발견하기도 했다.


애니스턴에게 반응하는 뉴런은 드라마 '프렌즈'에서 애니스턴과 같이 출연했던 리사 쿠드로에게도 반응했다. 말하자면 다용도 뉴런이라 할 수 있다.

애니스턴 뉴런은 세세한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애니스턴의 특징을 가진 이미지에는 다 반응하고 애니스턴이란 글자에도 반응했다. 매우 높은 추상 레벨에서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니스턴 뉴런이나 윈프리 뉴런이 있다면 자신에게 강하게 인식된 사람에게 반응하는 뉴런들이 있을 것이다. 조지 부시 뉴런도 있을 것이고, 자신의 아내, 어머니, 아버지, 자식들 각각 등 살면서 자신에게 많이 노출된 사람들의 뉴런이 있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뉴런이 있다면 자신에게 강하게 각인된 사물이나 개념의 뉴런도 갖고 있을 수 있다.

애니스턴 뉴런은 정보 처리 후반부에 있는 하나의 뉴런이지만 애니스턴에게 반응하는 과정에서는 그런 뉴런이 발견된 내측두엽에 있는 몇십억 개 뉴런 중 2만~몇백만 개 정도가 반응할 것으로 추정된다. 말단에서 하나의 뉴런으로 수렴하는 것은 그 뉴런에 이르는 네트워크상의 정보 흐름 결과일 뿐 그 뉴런 자체가 내부적으로 애니스턴과 관련된 특징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사고 실험을 해본다. 애니스턴 뉴런 하나만 제거해 버리면 애니스턴이란 대상에 대한 인식이 없어질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애니스턴 뉴런이 발화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뉴런이 중간에서 크고 작게 발화했고 이들 흐름의 합으로 인해 궁극적으로 크게 발화한 뉴런이 애니스턴 뉴런이었을 것이다. 애니스턴 뉴런에 연결을 제공한 여러 뉴런들은 여전히 발화할 것이고, 그것들만으로도 애니스턴이란 개념의 상당 부분은 남아 있을 것이다. 마치 얼굴은 생각나는데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그런 현상과 비슷한 약간의 흐릿함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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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한 개념의 뉴런은 다른 개념 뉴런들의 조합으로 이뤄진다. [사진 출처 = OpenAI]

다용도 뉴런과 추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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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페이스북 계열사인 오픈AI에서 애니스턴 뉴런 논쟁에 종지부를 찍는 느낌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미지 인식을 위한 여러 인공신경망에서 뉴런들 각각을 가장 크게 발화시키는 입력 이미지들이 어떤 것인지 역추적해 데이터베이스를 만든 다음, 시간을 들인 분석을 통해 여러 추상적 개념에 반응하는 뉴런들의 존재를 발견했다. 재미있게도 애니스턴 뉴런이 여기에서도 발견됐다. 정보 흐름의 후반부에 있는 뉴런들은 추상적인 입력에 반응했고, 전반부에 있는 뉴런들은 도형이나 색깔, 사선 등에 반응했다. 인간 뇌에서도 사선이나 격자무늬 등에 반응하는 뉴런이 관찰된 바 있다. 후반부의 뉴런이 상징하는 추상적 개념의 예로는 애니스턴, 미국, 겨울, 배트맨, 재무, 돼지저금통, 놀라움, 친근함 등을 대표하는 뉴런들이 있다. 심지어 집단의 크기와 관계된 뉴런도 관찰됐다. 이런 뉴런들은 여러 개념에 대해 동시에 반응하는 경향도 보였다.


인간 뇌에서 관찰된 다용도 뉴런과 비슷했다. 지금까지 막연히 상상했던 인간 뉴런과 비슷한 추상화가 인공신경망에서 발견됐다. 인공신경망은 방대하지만 인간 뇌에 비해서는 턱없이 작다. 충분한 크기의 망과 충분한 데이터가 제공된다면 더 추상적인 개념에 대한 뉴런도 보게 될 것이다. 사랑, 복수, 복리, 귀납 등 개념이 예가 될 수 있다.

하나의 추상적 개념은 다른 추상적 개념들의 선형적 결합으로 구성되는 것도 관찰됐다. 예를 들어 '돼지저금통' 뉴런은 '재무' 뉴런, '장난감' 뉴런과 두껍게 연결돼 있었다. 이들의 발화 결과가 돼지저금통 뉴런을 발화하게 한다. '친근함' 뉴런은 '부드러운 스마일' 뉴런, '심장'(또는 따뜻함) 뉴런과 두껍게 연결돼 있었고, '병환' 뉴런은 친근함 뉴런과 두껍게 연결돼 있지만 친근함 뉴런의 발화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연결돼 있는 게 확인됐다.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들의 직업을 앗아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바둑의 본질에 관한 깨우침을 줘 인간 바둑의 외연을 넓히는 방향으로 정착됐다. 인공신경망에서의 추상에 대한 관찰 결과는 앞으로 우리들이 어떤 개념을 정의하는 데 계량적 통찰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도 개념의 정의를 내릴 때 톱다운 방식의 연역적 정의로부터 상당 부분 보텀업 방식의 귀납·실험적 정의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기계 번역 분야는 언어학 이론에 기반한 톱다운 번역으로부터 언어학 이론은 전혀 모른 채 방대한 텍스트에서 학습시키는 귀납적 방식으로 완전히 전환된 상황이다. 사람이 문장을 만들 때 거치는 추상적 중간 매듭의 실체가 언어학적인 절차가 아니라 단순한 통계적 주목의 연속임을 사람들은 깨닫고 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주로 지식을 많이 가진 교수자가 톱다운 방식으로 지식 체계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제 이것이 데이터에 근거한 아래로부터의 함의를 가르치는 쪽으로 많이 이동할 것이다.

기술의 새 트렌드는 선진국과 후진국 간 차이를 키우거나 좁히는 양단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막대한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일은 선진국과 차이가 점점 벌어질 것이다. 대신 적당한 장비로 가능한 일은 차이가 좁혀지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소스 코드와 실험 데이터가 공개되는 연구 결과가 엄청나게 많아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학문적 체계가 없는 후진국에서도 그런 것 없이 지적 명민함만 있으면 공통적인 귀납적 프로세스를 통해 핵심에 이를 수 있게 됐다. 선진국과 후진국 간 차이는 여전하겠지만 옛날에 비해 후진국에서 해볼 수 있는 주제가 늘어날 것이다.

교육의 접근 비용 감소가 미치는 영향


코로나19는 느긋하게 진행되던 온라인 교육을 강제로 앞당겨 놓았다. 물리적 공간에서 온라인 공간으로의 이동이 갑작스럽게 가속화됐다. 시간을 두고 대비할 수 있었던 변화가 엉겁결에 당겨지고 있다. 교육의 중간 비용이 감소할 것이다. 학교나 학원 같은 물리적 공간을 유지하고 그 공간에 걸맞은 인력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다. 어느 미국 증권사에서 객장 공간과 중개인 500여 명이 사라지고 프로그래머 두세 명으로 대체된 사건이 좋은 비유가 되겠다.

이런 변화는 거래의 중간 비용을 크게 감소시킨다. 교육의 중간 비용 감소는 교육의 접근 비용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교육의 '민주화'가 앞당겨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학에서 감당할 수 있는 강좌의 크기가 급격히 커진다. 100% 비대면 강의로 세팅하면서 강좌 크기를 거의 제한 없이 늘릴 수 있게 됐다.

상대적으로 톱 클래스 대학의 강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정원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물리적 정원을 늘릴 수 없더라도 온라인 학위는 제한 없이 허용될 수 있다. 어쩌면 엉성한 대학 졸업장보다 톱 클래스 대학의 온라인 학위를 더 선호할 수도 있고, 그것이 학력으로도 공식 인정받을 것이다. 가상화폐가 거의 제도권에 임박한 것을 보면 안 될 것도 없다. 입학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학들의 미래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억지로 유지시켜준다 해도 학생이 가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가 국가를 가리지 않고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학생들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진 대학 중 일부는 실험적인 교육 체계를 선보이고 그들 중 몇몇 대학은 크게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이런 방향으로 실험적 전환의 초기에 있는 대학들이 있다.

4차 산업혁명 초입에 있다고 한다. 1, 2차 산업혁명은 인간 노동의 외연을 확장하는 에너지 혁명이었다. 3, 4차 산업혁명은 컴퓨터가 촉발한 정보 혁명이다. 3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기억과 반복 작업을 대체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자동화 혁명이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AI로 상징되는 지성의 외연을 확장하는 혁명이다. 지금까지의 산업혁명과 레벨이 다르다. 보수적인 스탠스로도 충분히 안정적이었던 교육계는 아마도 경험하지 못한 광풍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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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로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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