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국가 빚 통계 문제 있다

입력 2021/10/21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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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지출 규모가 올해보다 8.3% 증가한 604조4000억원이며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어서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0.2%로 예상되는 정부 예산이 국무회의를 거쳐 9월 초 국회에 제출되었다. 나랏빚이 절대액으로도 많지만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 5년간 408조원이나 늘어 임기 첫해에 비해 60% 넘게 증가함으로써 미래세대에 넘겨줄 재정적 누계 부담이 매우 걱정된다는 여론이다.

우리 정부의 부채 통계에는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국가채무(D1)로서 중앙관서의 장이 관리하는 재정에 한하여 현금주의 기준에 따라 국채, 차입금, 국고채무부담행위를 대상으로 산출되며, 국내 재정운용계획과 채무관리계획에 사용되는 협의의 국가부채(2020년 말 기준 846조9000억원)로 국가채권에 대응된다. 둘째는 일반정부부채(D2)인데 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산하 비영리 공공기관에 대하여 2012년부터 발생주의 기준에 따라 산출되는 통상의 국가부채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정부 통계 기준 매뉴얼(GFSM)에 따라 국제기구에 비교용으로 제출되는 통상의 국가부채(2020년 말 기준 1981조7000억원, 국가채무 대비 234%)로서 국가자산에 대응된다. 셋째는 공공부문부채(D3)로 위 일반정부부채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으로 산출되는 광의의 국가부채이며 공공부문의 재정건전성 관리 목적으로 활용된다. 그 규모는 더욱 크나 OECD 제출국이 일본 등 세계 7개국에 불과해 국제 비교로는 의미가 별로 없다.

따라서 오늘날 국가 빚을 말할 때는 기본적으로 국가회계법을 적용해 작성된 통상의 국가부채(D2)를 기준으로 통계치를 인용해야 하고, 부차적으로 국내용 국가채무(D1)를 인용해야 할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는 정부회계통계의 제도 변화를 잘 모르는 일부 공무원들이 예전의 국가채무(D1)를 오늘의 국가부채(D2)와 같은 것으로 혼동해 작성한 보도자료를 활용해 나랏빚 규모를 인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일반적으로 채무는 부채보다 작은데 이것은 부채가 채무뿐 아니라 추정된 지급 의무인 충당부채를 포함하므로 채무보다 더 많게 나타난다. 이것은 민간기업의 부채회계에서 진작 보편화된 개념이다.

우리나라 국가결산 보고서상 재정상태표에서 부채로 반영된 충당부채에는 8대 사회보험 중 공무원·군인연금과 고용·산재보험,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급여는 포함돼 있으나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관련 충당부채는 포함되지 않아 불완전하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불입된 기여금은 자산(2020년 말 기준 834조원)으로 인식하면서 가입한 국민에게 줄 미래 지급액을 부채로 인식하지 않는 불균등한 엉터리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저평가된 채무 규모를 기준으로 외국에 비해 양호하다고 운운해선 안 된다. 경제 실정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를 핑계로 무책임한 확장 재정을 주장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까지 남발하면서 수년간 논란이 된 GDP 대비 국가부채비율 상한 등 재정준칙도 확정 짓지 못하는 정치권의 리더십 결핍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광윤 아주대 명예교수·前 한국회계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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