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오겜' 장하지만 한국영화 대체할 수는 없다

입력 2021/11/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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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드라마 '오징어 게임' 속 체육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 인증샷은 우리에겐 은근히 문화적 자긍심을 갖게 해주었다. '오징어 게임'은 꺼져가는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를 400만명 이상 증가시키는 데 큰 힘을 발휘했으며 넷플릭스 정통 드라마 중 역대 최고 흥행작이 되면서 우리 문화 콘텐츠의 힘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더불어 'D.P.'와 '지옥'까지 지금 넷플릭스 드라마는 완성도 있는 제작, 감독의 철학 그리고 여러 재미 요소까지 가미돼 있어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세 작품의 감독들은 모두 영화감독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은 '남한산성' '수상한 그녀' '도가니' 등을 통해 평단과 흥행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D.P.'의 한준희 감독은 '뺑반' '차이나타운' 등을, '지옥'의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과 '반도' 등을 통해 한국 영화의 새 장르를 개척했다.

코로나19로 넷플릭스 등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이 유례없는 흥행을 하는 사이 한국 극장가는 악몽의 시간을 경험 중이다. 충분히 안전성이 검증됐지만 띄어 앉기와 시간대 제약으로 엄청난 손해를 입다 보니 한국 영화는 줄줄이 개봉을 미뤘다. 이는 또다시 관객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극장가, 영화 투자사, 홍보사 등 영화업계 주요 기업들이 적자와 폐업 위기에 처해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됐지만 어쩌면 한국 영화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절망감이 팽배해 있다.

OTT 플랫폼은 코로나19 상황을 틈타 영화감독은 물론 수많은 제작사, 스태프 그리고 배우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OTT 창조성의 원천은 우리 영화계였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 영화계 위기는 곧 콘텐츠 위기로 번질 수도 있다. 정부 기관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OTT와 영화산업의 공존을 위한 정책적 설계를 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한국 영화산업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영화가 개봉해서 돈을 벌고, 이 돈이 다시 영화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되찾아야 한다. 한국 영화산업의 분배 구조상 한 영화가 성공하면 제작·배급·투자사 등이 흥행한 만큼 수익을 배당받는다. 이런 이유로 한국 영화시장은 단단해졌다. 반면 OTT에서 제작자들은 제작비 외에 일정액의 이윤만 받는 구조다.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국 영화계는 자연스럽게 글로벌 OTT의 생산기지로 몰락할 가능성이 크다.

영화산업 생태계 복원은 한국 영화판의 소중한 인재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절실하다. 이들이 OTT가 아닌 영화판에서 일할 수 있는 묘안을 마련해야 한다. 많은 한국 영화 인재들이 OTT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들의 주된 활동 무대는 한국 영화계여야 한다.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등 글로벌 OTT에서부터 웨이브, 티빙 등 한국 토종 사업자까지 당분간 OTT 영역은 확장될 확률이 높다. 소중한 한국 영화 인재들이 전 세계 OTT 드라마 창작의 화수분이 되는 셈이다. 이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을 위해서라도 한국 영화산업이 활력을 찾아야 한다.

세밀한 제도를 실행해 관객들이 영화관에 갈 수 있게 하는 작전을 마련해야 한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영화관이 주는 환상적 감동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감동은 OTT에 없는 영화만의 것이다.

[박근수 인천국립대 공연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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