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존중받을 권리

입력 2021/11/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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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디어를 보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볼 시간이 없다. 하루 24시간 제한된 시간 안에 해야 할 공부와 처리할 업무가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미디어를 볼 물리적 시간이 나질 않는다.

그렇다 보니 한창 이슈가 되는 드라마나 영화 등에 무지할 때가 많다.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이 그랬다. 오죽하면 아내가 그것도 모르냐며 답답해했다. 이럴 때면 나는 평생을 이런 유행하는 것들을 모르고 살아왔지만 사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사실과 나처럼 관심이 없거나 사정상 관심을 둘 수 없는 사람들의 다양성이 존중받을 순 없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유일하게 이동할 때 운전하며 라디오를 듣는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들었던 흥미로운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잘사는 나라, 못 사는 나라 구분이 없다.


미국에서 올린 사진이 아프리카 콩고에도 실시간 공유되는 시대에 사람들이 욕망하는 게 같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잘사는 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못 사는 나라 사람이 좋아하는 브랜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가장 좋은 것을 원하는 욕구는 동일하다는 것이다.

선풍기를 예로 들어 다이슨 선풍기가 최고의 브랜드라면 모두 그것을 갖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망은 같다. 그렇다면 기업은 경제력이 낮은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팔기 위해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바로 기능을 최소화해 가격을 낮추되 하드웨어적인 부분은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욕망하는 다이슨 선풍기 디자인 그대로 단순한 기능만 넣어 다이슨 브랜드를 파는 것이다. 이름은 저가의 느낌이 들지 않게 프리미엄으로 붙이고 기능을 고급화할수록 플러스를 추가하는 식으로 말이다.

지구촌은 SNS를 통해 급속히 동질화되어 간다.


오늘 개봉한 한국의 드라마가 삽시간에 넷플릭스라는 미디어 채널을 통해 전 세계에서 실시간 인기몰이를 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SNS로 지구인들은 더욱더 긴밀하고 끈끈하게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통신 기술의 발달은 개개인에게 수많은 정보와 함께 역사상 어떤 시대에도 갖지 못한 힘과 관계의 길을 열었지만 반대로 우려되는 점들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78억 지구촌에서 같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개인마다 나라마다 저마다의 개성과 문화와 역사를 지켜왔다. SNS는 그 다양성이 꽃피는 현장이기를 바란다. SNS를 통해 얻는 동질감이 그런 다양성을 꺾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경제적 능력과 성별, 나이, 학식에 상관없이 SNS라는 소셜 메타버스 공간이 서로를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과 생각이 편견 없이 오가는 소통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오징어 게임'을 못 본 나 같은 사람도 충분히 그럴 수 있고 당연히 존중받을 수 있는 분위기 말이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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