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디지털 전환 시대를 위한 법이라고?

입력 2021/11/25 00:05
맞춤형 온라인 광고 금지요구
소비자와 기업 권익 모두 해쳐

우려스러운 '온플법' 졸속 도입
혁신 따른 대가 인정하지 않는
규제·입법 만능주의 결과일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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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디지털경제연합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온라인 플랫폼 규제의 법제화(온플법)'를 중단하고, 대신 사회적 합의를 위한 합리적 절차를 마련하여 차분히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와 국회가 전문가를 포함한 다양한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온플법 입법을 서두르는 것은 선거를 앞두고 뭔가를 보여주려는 과욕에서 비롯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의 삶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규제를 졸속으로 도입하는 것은 그 입법 취지가 달성될 가능성을 낮추고 예상치 못한 역효과만 심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과정은 그렇지 못하다. 이러한 경향이 비단 온플법에 그치는 것은 아니어서 더 우려스럽다.


A라는 대안이 B에 비해 여러 면에서 더 나은 평가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국회로서는 B를 시행하는 것이 더 편리하며 감성에 호소하는 선전효과도 크다고 하자. 그래서 B를 선택한다면 그것은 포퓰리즘이다. 더구나 A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B를 선택했다면 그것은 극악한 것이다. A라는 대안을 아예 모르거나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해도 이 역시 역량 부족으로 비판받을 일이다.

온플법의 적용을 받는 일차적 이해당사자들이,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자율규제와 이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의 사후적 제재를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여러 전문가들도 그 방향을 지지함에도 불구하고 입법화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인가? 역량이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극악한 것인가?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선진국이라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벌어지고 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으라고 내게 조언한 이도 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DSA) 패키지의 하나로 개인화된 온라인 광고를 금지할 것을 논의하려 한다. DSA를 통해 온라인 광고에 대한 투명성 원칙을 마련하였지만,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목소리가 크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개인화된 온라인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미칠 수 있는 위험을 부각하면서 이의 완전한 금지를 요구한다. 그런데 '소비자 권익'을 운운하는 부분에서 이들의 주장은 이해되지 않는다.

우선 기술적인 측면에서 볼 때, '광고 플랫폼'이 특정 대상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도 '광고주'는 누가 그 광고를 보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개인화된 광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라는 것은 대상을 특정하지 말고 무차별적으로 방송하는 광고만 허용하라는 것이어서 기업이 고객에게 접근하는 비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가격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광고 플랫폼으로서 소셜미디어의 수입도 줄어들 것이므로 유료 가입자와 서비스가 늘어날 것이며 무료로 제공되던 앱과 서비스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EU의 저소득층이 입을 손해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더 커진다. 또한 표적광고만큼의 효과를 얻으려는 기업들은 (합법적 범위에서) 침입 광고나 무차별적 광고 물량을 더 늘릴 것이기 때문에 디지털 서비스의 사용자 경험은 더 나빠질 것이다. 그렇다면 DSA는 과연 누구와 무엇을 위한 법인가?

혁신은 대가를 수반한다. 파괴적 혁신일수록 대가는 더 커지기 때문에 우리는 선택의 순간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지만, 불행하게도 선택지는 그다지 촘촘하지 않다. 때로는 양자택일에 가까운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데, 그때가 바로 거짓된 유혹의 달콤함에 빠지는 위기의 순간이기도 하다. 혁신은 혁신대로 하면서 모든 부작용을 법과 규제로 막아낼 수는 없다. 선의로 포장해도 규제와 입법 만능주의는 최선의 경우에도 무책임한 포퓰리즘일 뿐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표를 얻어 득을 본 정치인들을 제외한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악의적 기만에 불과하다.

[김도훈 경희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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