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세상사는 이야기] 환경파괴 주범 英 프리미어리그

입력 2021/12/04 00:04
COP26 정상회담 불과 몇주 전
오일머니에 인수된 축구 구단
걸핏하면 전용기 타는 선수들
정작 탄소중립팀은 찬밥 신세
모순 투성이인 EPL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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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포레스트 그린 로버스라는 구단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럼 맨시티와 첼시는 어떤가? 아마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을 것이다. 만약 뉴캐슬 유나이티드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조만간 아주 많이 듣게 될 것을 확신한다. 지난 10월 거의 5000억원에 가까운 금액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가 주도한 컨소시엄에 공식 인수되었기 때문이다.

EPL에서 오일 머니가 투입된 클럽은 뉴캐슬만이 아니다. 사우디 이전에는 아랍에미리트 부총리이자 왕자인 만수르가 2008년 맨시티를 인수했다.

아랍 거부들 이전에는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 재벌이자 전 정치인이었던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003년 첼시를 인수했다.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5개 회사 중 3곳이 수익을 EPL에 쏟아붓고 있다.

가장 큰 아이러니는 사우디가 구단을 인수한 타이밍이다. 인수 계약이 이뤄진 불과 몇 주 후 COP26 정상회담을 주최한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런던을 세계 최초의 탄소 제로 금융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수낙 장관은 2023년부터 모든 영국의 상장 회사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고 있다는 증거를 금융감독기관에 제출해야 하고,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고 발표했다.

아이러니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모든 축구리그에서는 구단주와 감독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다. 이 테스트는 예비 구단주나 감독이 적합한 사람인지를 평가하는 절차이다. COP26이 시작되기 불과 24일 이전에 구단 인수가 결정된 것은 뉴캐슬의 전 구단주뿐만 아니라, EPL 또한 사우디 정부의 오일펀드를 '적절하고 적합한' 새로운 구단주로 인정했다는 의미이다. 거대한 오일자본이 영국 경제에 투자하도록 허용한 뒤 이런 오만한 기후조약을 만든 것은 참으로 큰 모순이다.

하지만 오일클럽들만을 비난할 일도 아니다.


COP26이 시작되기 2주 전에 맨유 선수들은 불과 110㎞ 거리 레스터를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다. 내가 응원하는 리버풀 또한 선수들이 클럽 매치에 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인터내셔널 경기에는 전용기로 이동을 한다. 이렇게 모든 EPL 클럽들은 저마다 죄를 짓고 있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으며 EPL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제 축구와 작별을 해야 하는 것인가? 앞에서 잠깐 언급했던 포레스트 그린 로버스라는 희망이 있다. 현재 4부 리그에 속해 있는 이 구단은 유엔에서 인증을 받은 최초의 탄소중립 팀이며 팀의 모든 구성원들이 동물성 제품들은 일절 먹지 않는 비건이다. 엄청난 양의 탄소가 발생하는 목축업과 낙농업은 환경파괴 주범 중 하나로, 일부 자료에 의하면 아마존 분지 산림 70%가 가축을 위한 목초지를 만들거나 그들을 먹일 사료를 키우는 과정에서 파괴되었다고 한다. COP26 정상회담 참석자들이 고기가 잔뜩 들어간 만찬을 즐기며 2030년까지 산림 벌채를 종식하기로 협의했다는 것 또한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포레스트 그린 로버스라는 이름이 낯선 것은 안타깝게도 영국 팬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2018년, 그들이 유엔의 인증을 받았을 때 몇몇 영국 신문들이 포레스트 그린에 대한 기사를 보도했지만, 그 이후 그들은 다시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영국 정부와 다른 나라의 지도자들은 포레스트 그린을 COP26의 선봉에 세우고 그들의 본보기를 따를 수 있도록 장려하기는커녕 그들에게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환경 파괴를 주도하는 석유 재벌이 영국이 소중히 아끼는 '아름다운 경기'를 사들이도록 부끄러운 계약서에 사인을 허락했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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