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마켓관찰] 감염병에 위협받고 있는 대량생산체제

입력 2021/12/04 00:04
거주이전 제약등 특수성으로
세계 최대 공장 된 중국
끝없는 코로나 변이와 확산에
밀집된 조건 취약점으로 작용
대량생산체제도 기로에 놓여
1115297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포항으로 여행을 갔다가 포스코의 포항제철소를 실물로 보고 그 규모에 매우 놀랐던 적이 있다. 현대 산업의 기반은 철인데 제철소 규모에서 우리나라 산업의 규모를 간접적으로나마 체감할 수 있어서다. 이런 포스코의 직원 수는 약 1만7000명이다. 그런데 나중에 폭스콘 선전 공장이 12만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어이를 상실해버렸다. 저런 10만명 이상 직원을 둔 공장이 한두 개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더욱 그랬다.

이처럼 중국 해안도시에 위치한 공장들은 정말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중국 공장들이 초거대 규모를 자랑하는 것은 20세기 말부터 꾸준히 이어진 제조업의 오프쇼어링과 더불어 제조 자체의 아웃소싱에 있다.


공장의 해외 이전과 제조의 아웃소싱이 저임금 국가를 찾아가는 것 자체는 특별할 게 없지만, 중국의 특수성이 초대형 공장의 형성을 가능하게 했고 현대의 글로벌 제조업이 이 초대형 공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특이한 부분이다.

선진국의 공장들이 제조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더 나아가 아예 자사의 상품 제조 자체를 아웃소싱하는 이유는 날이 갈수록 상승하는 인건비에 있다. 날이 갈수록 인건비는 상승하는데 생산성 향상으로 인해 제품의 가격은 크게 오르기 어렵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제조사들은 늘 원가절감의 압력을 겪게 되고 이 문제를 해외 이전과 아웃소싱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전한 지역에서도 시간이 흐르면 경제가 성장하고 동일한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나라가 대표적이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 선진국 기업들이 우리나라로 제조 공장을 이전하고 생산에 대한 아웃소싱을 맡기면서 그 과정을 통해 산업을 키워왔던 것이 바로 우리다. 그렇게 경제 발전을 이뤘지만 그에 따라 근로자들의 임금이 상승했고 우리나라 기업들 또한 비슷한 문제로 인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고 아웃소싱을 맡기는 궤적을 밟게 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중국이 가지고 있는 특이성으로 인해 조금 다른 성향을 보인다. 그것은 바로 후커우라는 거주 이전의 제약이다.


일반적으로 농촌 인구의 도시 이주가 발생하면서 그 노동력을 바탕으로 산업과 경제가 성장한다. 하지만 후커우라는 제도는 거주 이전을 제약하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아 해안도시로 온 내륙인들은 사실상 외국인 노동자와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이다. 즉 상대적으로 더 저렴한 노동력을 수시로 공급받을 수 있는 상태란 의미다. 게다가 중국의 권위주의적 시스템은 노동자의 파업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장의 대형화와 집중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인 임금 상승 압력과 파업 등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다. 그로 인해 중국의 공장들이 다른 그 어떤 나라들보다도 대형화될 수 있었다.

여기에 제조를 아웃소싱하는 트렌드는 다양한 클라이언트들의 주문을 소화할 수 있는 여유 수용능력을 필요로 한다. 이 충분히 많은 수용능력을 위해서는 공장을 대형화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것이 중국이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서 공장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이렇게 형성된 현대 대량생산 체제는 코로나19라는 감염병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극도로 밀집된 공장이라는 조건은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상황을 만들고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작년 미국 소고기 업계에서도 이런 문제로 인해 소고기 공급 쇼크가 발생했고, 마찬가지로 이런 초대형 공장들이 감염병의 위험으로 인해 가동을 멈춰 글로벌 공급 충격이 발생했던 게 지난 코로나19 기간 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일이다.

백신을 맞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오미크론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이 또한 확신할 수 없다. 감염병이 언제든지 다시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풍요를 가져온 현대 대량생산 체제는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김영준 '골목의 전쟁' 저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