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글로벌포커스] 백신 민주주의에 바란다

입력 2021/12/08 00:05
최근 스위스 백신패스법 보듯
민주주의 절차 따른 결과물도
균형점 달성 여부는 미지수
절차적 정당성 갖췄다 해서
위기관리 절로 충족되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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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를 완벽하게 정책에 반영하는 이익 대변 방식으로서 민주주의는 원론적으로 심의를 통한 복수의 다양한 정치적 의견 간 조화로운 균형점을 탐색하는 절차를 가리킨다. 완벽한 민의의 정책 반영이라는 공통 목표에도 불구하고 대의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는 상호 배타적인 경우가 빈번하다. 대의민주주의 취약점을 직접민주주의가 보완하려면, 통치자와 일부 국민 간 의견 충돌 소지를 민주주의 절차가 완전하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전제를 상정해야 한다. 만약 정보 전달이나 의사소통에 난관을 인지하면, 다수결에 의존한 의결은 어떠한 형태로 심의를 거치더라도 그 다수결이 창출한 결과물로 인해 열외가 된 일부 국민에게 수용되기 어렵다.


평시가 아닌 전쟁을 포함해 코로나19 확진과 변이체 발견 등 위기 상황에서 공익을 판가름하는 경우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지난달 말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5명 중 3명이 공중보건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백신패스법 개정을 승인했다. 이 연방법은 스위스 연방의회가 작년 9월 말 제정한 법령이며 연방상원에서 만장일치, 연방하원에서 찬성 153표, 반대 36표, 기권 6표로 통과되었다. 작년 2월 말 티치노 칸톤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직후 연방집행부가 공표한 비상 조례를 여러 차례 개정하다가 연방헌법 규정에 따라 연방의회가 법제화에 나섰다. 다만 스위스 연방의회가 코로나19법을 제정해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민주주의 절차는 팬데믹 위기 관리에서 오히려 혼란을 배가시켰다. 공중보건 확립을 위한 엄격한 방역과 경제사회적 취약층 보호라는 대처 방안이 대치하는 가운데 백신 정치는 코로나19법 시행을 둘러싼 갈등을 증폭시켰다.

게다가 연방주의 통치 질서도 정부가 팬데믹에 신속하게 대처하지 못한 근거를 제공했다. 스위스 연방집행부가 공표한 비상 조례에 명시되지 않은 사안 일체를 칸톤 정부에 일임하면서 칸톤마다 제각각 대응 수칙을 내세워 팬데믹 확진을 제어하기에 역부족인 '누더기' 규제에 그쳤다.


이러한 맹점을 보완하려는 취지에서 연방의회가 주도해 코로나19법을 개정한 결과물을 국민투표라는 직접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다수결로 채택했다. 이렇듯 정교하게 다양한 정치적 의견을 공론화해서 심의를 거쳐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의결했으나, 과연 최종 결과물이 조화롭게 창출한 균형점인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위기 관리에 관한 절차상 정당성을 확보해도 위기 관리 목적이 온전하게 달성된다는 보장이 없다.

물론 백신 민주주의는 백신 접종 불평등이 판치는 시점에서 팬데믹 위기 관리에 명백하게 우월한 대안이다. 다만 백신 민주주의에 허점은 없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 절차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참여하는 주체가 모두 동등하다는 전제를 상정한다. 그러나 민주주의 절차의 접촉지대에서 누구나 대등하게 정보력과 통신 기술을 소지하는가? 설령 방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고 이를 광폭으로 전파할 수 있더라도 타당성을 검증하는 부담은 여전히 그 정보를 활용해 정치적 판단을 내리는 주체에게 오롯이 남는다.

게다가 상반된 전문가 의견이 혼재한 상황에서 백신 민주주의가 절차상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궁극적으로 팬데믹 위기 관리가 완벽하게 이행된다고 확신하기 어렵다. 무엇이 공익인지 국민에게 일일이 물어가며 공중보건 조치를 도입해도 반드시 확진 억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스위스를 비롯해 유럽 각국, 미국, 일본, 대한민국에 들불처럼 번지는 백신패스 의무화 조치의 효과를 둘러싼 논란을 접하며 다양한 취향을 지닌 시민들로 구성된 집단의 선호도가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민의로 규합된다는 자만이 우려되는 이유다. 차라리 백신 민주주의를 통해 전 세계에 백신을 균등하게 보급하자는 공중보건 조치 연대를 결성하면 어떨까.

[이옥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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