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청탁금지법 개정, 농업 활력 마중물 되길

입력 2022/01/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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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농사가 천하의 큰 근본이라는 이 말은 요즘 많은 이들에게는 오래전 농경사회 이야기쯤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생각으로 농업을 돌보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국가적 재난에 직면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되자 세계 곳곳에서 자국민의 식량 확보를 명분으로 농축산물 수출을 제한했다. 세계적 기후변화로 각국의 농축산물 생산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식량 전쟁의 뇌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식량안보 위기 시대가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너무도 안타깝다. 가장 최근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식량 자급률은 45.8%, 곡물 자급률은 20.2%에 그치고 있다. 쌀을 제외하면 각각 10.2%, 3.2%로 더욱 심각하다.


완전한 식량 주권을 확보하기까지 우리가 가야 할 길이 참 멀게 느껴진다. 게다가 농업 인구 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심화되는 도농 간 소득 격차 등으로 농업인들의 한숨은 하루하루 깊어간다.

그래도 이번 설 대목을 맞아 농업인들에게 단비와 같은 소식을 전할 수 있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앞으로는 명절기간 농축수산물의 선물가액이 기존 10만원에서 2배가 상향된 20만원까지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일시적인 조치로 명절기간에 농축산물 선물가액이 20만원까지 상향 적용된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을 계기로 정례화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개정된 청탁금지법 시행령은 농축수산물을 20만원까지 선물로 제공할 수 있는 기간을 '설날·추석 전 24일부터 설날·추석 후 5일까지'로 정하고 있다. 이번 설에는 1월 8일부터 2월 6일까지 개정된 선물가액 기준이 적용된다. 여기에 맞춰 정성스럽게 상품을 준비하는 농업인들의 손길이 매우 분주하다.

청탁금지법 개정 목적은 국산 농축수산물 소비 증진에 있다.


농업인들이 코로나19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단체급식 축소와 거리 두기로 인한 식당 영업 위축 등으로 농축수산물 판매가 힘들었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 농축산물 소비를 진작하는 것은 시련에 빠진 농가를 돕고 신토불이 먹거리로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일석이조의 선택이 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농업인들이 얻을 위안과 힘은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무형의 소득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청탁금지법 개정은 대승적 차원의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농업 농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번 법 개정에 뜻을 모아준 여야 국회의원과 국민권익위원회,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정부 관계부처 그리고 모든 농업인 단체에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청탁금지법은 일반 국민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청탁금지법이 제한하는 것은 '선물로 포장된 뇌물', 즉 '직무 관련자에게 제공하는 금품'이지 평소 고마운 분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마음까지 금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선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성이다. '쌀 한 톨에 일곱 근의 땀이 배어 있다'는 뜻을 지닌 일미칠근(一米七斤)은 농사에 쏟는 농부의 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나타내준다.

소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정을 나눌 수는 없더라도 농부의 땀과 정성이 깃든 우리 농축산물로 마음을 전하고 진정한 명절의 의미를 되새겨보길 바란다. 청탁금지법 개정이 농업·농촌 활력의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며 농업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어나기를 기대해본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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