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일하는 노년은 청년이다

입력 2022/01/18 00:04
수정 2022/01/18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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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코앞에 두고 모두가 입을 열면 청년이다. MZ세대 표심이 승부를 가른다고 하여 너도나도 MZ세대를 겨냥한 맞춤형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연 200만원 청년기본소득이 등장하는가 하면, 취약 청년 대상 월 50만원씩, 최장 8개월간 청년도약보장금이 약속된다. '보편 지원'과 '선별 지원'의 차이는 있지만 한마디로 현금을 손에 쥐여주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문제는 일종의 '공약 소외'의 문제다. 지금과 같은 한겨울에도 밤이면 주택가 골목에서 허리를 구부리고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느린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풍경을 보면 우리나라 노인을 위한 공약은 어디 있는지를 찾아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노인 고용률 1위라는 지표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노인 빈곤율,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2020년 OECD 발표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상대 빈곤율은 43.4%다. 회원국 평균은 15.7%이니 차이가 너무 크다. 정부가 주도하는 '노인 공공 일자리 만들기' 사업을 통해 지원되는 일자리는 월 임금 30만원 수준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청년층 인구는 879만9000명으로 15세 이상 인구 중 청년층 비중이 19.5%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전체 인구의 16.5%인 853만7000명이다. 청년과 노인 인구는 크게 차이가 없다. 그러나 노인을 위한 공약은 그 양과 질이 크게 떨어진다.

노인을 돌봄 대상이나 정부와 지자체의 돈이 들어가는 수혜 대상으로 보면 노인 공약과 정책은 청년에 비해 후순위로 밀리거나 본격적인 실행에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60세 이상 은퇴자들을 경제 활동력이 있는 생산인구로 인식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수십 년 축적된 경력과 남이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인력이다. 그런데 자기 업무에서의 최고 정점에 다다른 시점에 은퇴를 하는 게 역설적인 현실이다. 물론 재취업을 위한 전직지원서비스 제공 의무화법도 시행되고 있지만, 1000인 이상 기업들이 적용 대상이라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전직도 양질의 일자리가 많아야 실효성이 있다.

그래서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물량 공세의 절반이라도 노인 창업을 지원해주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는 생산가능인구 감소라는 위기를 메워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시니어 창업이 치킨집, 편의점, 커피숍, 숙박업 등 생계형 창업에 몰려 높은 폐업률의 싱크홀에 집단으로 빠져드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제조업, 정보통신 및 전문과학 등을 포함한 '기술형 창업'에 대한 과감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하는 노년은 청년이다. 노년의 축적된 기술과 청년의 도전이 조화를 이루는 생산인구의 세대별 협력 체계를 국가적 차원에서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김태완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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