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플랫폼 비즈니스 규제, 소비자가 먼저다

입력 2022/01/25 00:04
수정 2022/01/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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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이 본격화되면서 전통 금융업권과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빅테크 기업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양새다. 얼마 전까지 금융혁신이라는 명목하에 추진되었던 차별적 규제를 통해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이 경쟁 우위에 서게 되면서 기존 금융업권의 불만이 커져가고 결국 '동일기능 동일규제'의 원리가 다시 등장하게 되었다.

새롭게 등장한 플레이어로 인한 갈등은 비단 금융업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앱 마켓과 앱·콘텐츠 개발사 등 앱 생태계 내 플레이어들 간에 발생한 첨예한 갈등도 그중 하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하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이 통과되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논쟁의 본질을 생각해 보자. 구글이 앱 개발자에게서 징수한 수수료는 과연 과다한 것이었으며 이로 인해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권리는 침해받았는가? 실제 전체 개발사의 97%는 수수료를 내지 않고 있으며 수수료를 지불하는 개발자의 99%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15%에 불과하다. 개발사의 1%가 30%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미국에서 독점금지법으로 구글과 애플을 제소하고 있는 대형 비디오게임사인 에픽게임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서도 가장 큰 이득을 기대하는 곳은 자체 결제 시스템의 개발 및 운영 능력을 갖춘 국내 대형 콘텐츠 플랫폼사뿐이다. 네이버 웹툰이나 카카오 페이지처럼 앱 안에서 유료 결제가 많이 이뤄지는 국내 대형 플랫폼 업체들은 자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훨씬 큰 수수료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플랫폼은 수익 배분 비율이 저자 및 출판사 70%, 플랫폼 30%인 배분 구조이다. 이는 구글이 연간 매출액 100만달러 이상의 앱 개발자에게 징수하는 수수료와 동일한 비율이다.


하물며 제3자 결제 시스템 허용과 관련하여 에픽게임즈사가 애플에 제기했던 독점금지법 관련 소송의 항소심은 에픽게임즈사의 주장을 대부분 기각하였다.

따라서 일각에서 지적하는 대로 자체 결제 시스템에 적용되는 수수료가 지금보다 더 낮아진다 하더라도, 이제 막 창업한 중소 개발사들이 별도 비용을 들여 자체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초기 비용이 발생해 창업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용자와 매출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지원받는 데 한계가 있으며, 환불 및 민원, 해외 매출에 대한 세금 등을 직접 처리해야 하기에 비즈니스에만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제도 변화의 혜택을 받는 것은 대형 플랫폼사인 것이다.

플랫폼 간 갈등 속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대상은 소비자다. 외부 결제 시에는 앱 마켓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자녀 보호 기능, 가족 결제 수단, 정기결제 관리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제공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법안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논의되는 행정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앱 마켓 플랫폼 규제에 대한 논의는 참여자의 후생을 높이는 방법을 통해서, 서비스 혁신을 위한 지속 가능한 플랫폼 사업 모델을 찾는 방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몇 달간 이루어진 구글과 앱 개발자와의 사태를 지켜보면서 단지 강자를 비난하기 위해 또 다른 강자의 논리에 편승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민환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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