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김성회의 고사성어 리더십] 당신은 어떤 질문으로 새해를 여나요

입력 2022/01/25 00:04
목표 달성 중시하는 '일모도원'
올바른 방향 향하는 '임중도원'
일상속의 행복 좇는 '기출미원'

설날, 다시 새로운 일년의 시작
삶의 가치 스스로 새겨 볼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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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새해가 2월 1일 시작된다. 새해란 인위적 구분은 그날이 그날 같아 지루한 일상을 산뜻하게 리뉴얼하는 힘이 있다. 양력설 때 야심 차게 세웠던 계획이 '작심사주(作心四週)'로 흐트러질 즈음, 음력설 때 현실에 맞춰 계획과 각오를 다시 조일 수 있다.

일모도원(日暮途遠), 할 일은 많은데 세월이 빨리 흘러 허망하다는 점에서 연말연시에 많이 소환되는 사자성어다. 알고 보면 인생 관조와는 거리가 있다. 그 뒤엔 도행역시(倒行逆施)란 사무친 보복의 대구가 이어진다. "해는 지려 하고 갈 길은 머니, (내 복수를 위해) 도리에 어긋난 행위라도 할 수밖에 없다." 초나라 출신 무장 오자서는 자신의 부형을 처형시킨 초평왕에게 복수를 결심한다.


오나라로 망명한 뒤 오나라를 군사강국으로 발전시킨 그는 십수 년간의 준비 끝에 모국인 초나라를 침공한다. 그사이 초평왕은 죽었지만 오자서는 시체를 찾아내 300대의 채찍질을 가한다. 복수의 과도함을 지적받고 자신의 정당함을 변호하며 한 말이 '일모도원'이다.

임중도원(任重道遠)도 비슷한 의미로 쓰이지만 결이 다르다. 일모도원이 속도라면 임중도원은 방향에 방점이 찍힌다. 전자가 목표 달성이라면 후자는 과정 중시다. 공자의 제자 증자는 "(선비는) 마음이 넓고 뜻이 굳세어야 한다. 짐은 무겁고 길이 멀기 때문이다. 인(仁)을 임무로 삼았으니 짐이 무겁고, 죽을 때까지 평생 해야 할 일이니 길이 먼 것"이라고 했다. 살아가면서 평생 지고 있어야 할 무거운 짐은 인간다움이고,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하기에 먼 길이다. 노자는 인생의 '먼 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먼 곳까지 나가면 나갈수록 그 지혜는 더욱 적어진다(其出彌遠 其知彌少·기출미원 기지미소)." 또 "너무 먼 곳에 있는 것까지 생각하면 가까운 것을 놓치게 된다"고 말한다. 한비자는 이 문단을 해설하며 '자기 뺨에서 피가 흘러 땅을 적시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내란 계획에 여념이 없던 백공승'이란 인물을 예로 든다. 한 치 코앞도 모르면서 백 리 앞 계획을 세우는 것의 부질없음이다. 삶에서 '뭣이 중한디'란 질문을 떠올리게 한다.

정리하면 일모도원은 일생의 목표 달성, 임중도원은 일상의 정진, 기출미원은 현재 향유 중시다. 신년 계획 때 오자서라면 '목표를 얼마나 이룰 수 있는가'(빅 플랜 성취), 증자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나'(스몰 리추얼을 통한 성장), 노자라면 '그 목표들은 내게 정말 중요한 것인가'(성찰과 소확행)에 중심을 두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당신은 어떤 질문으로 새로운 새해를 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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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코칭경영원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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