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메자닌의 함정

입력 2022/05/14 00:04
425621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메자닌(mezzanine)은 중세시대 남부 유럽에서 유행하던 건축 양식에서 나온 단어다. 저택의 1층과 2층 사이에 중간층 개념의 별도 공간을 만들어서 서재나 가족오락실 등으로 사용하곤 했는데 그 곳을 메자닌이라고 불렀다. 자본시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기업 인수·합병을 위한 인수금융(LBO) 조달 시 또는 부동산·인프라스트럭처 사업을 위한 부동산프로젝트금융 제공 시에, 대출기관들이 대출패키지에 들어가는 채권(대출 포함)과 주식(보통주) 사이에서 양쪽의 성격을 모두 일정 부분 가진 중간적 성격의 자금 제공을 넣어서 하는데 이 부분을 지칭하게 된 것이다. 메자닌을 국내에서는 중순위라고 표기하기도 한다. 각종 후순위채권이나 상환우선주 등이 대표적 메자닌 상품이다.


채권적 속성을 가졌기에 이자가 발생하나 다만 그 이자가 정기적으로 지급되지 않고 원금에 얹어져서 만기에 일시 상환될 수 있으며 한편 최후순위인 보통주보다는 선순위이므로 혹시 부도가 발생해도 보통주가 전액 상각되지 않는 한 메자닌 부분은 보호된다.

언젠가부터 금융사들이 이 메자닌 부분을 따로 떼어내 '구조화 상품'이란 단어를 빌려서 상품화하여 일반 고객에게 많이 판매하고 있다. 금융사들이 감독당국이 부과하는 각종 규제자본 비율을 맞추려면 메자닌 부분을 오랫동안 자체 고유계정에 보유하기도 어렵거니와, 한편 구조화 상품은 판매수수료가 여타 일반 상품들보다 높은 경우가 많아서 수익적 측면에서도 금융사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투자하는 고객 입장에서도 긍정적이었다. 오랜 기간 유지되고 있던 초저금리 시대에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높고 그렇다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개별 주식투자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그 무엇인가를 찾던 와중에 이런 메자닌을 기초로 한 구조화 상품은 판매 금융사와 투자 고객 양쪽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축복의 상품으로 많이 권유되었다.


그런데 과연 항상 그럴까? 경우에 따라서는 생각보다 큰 리스크가 따라올 수 있다. 특히 해외 부동산 관련 메자닌 투자는 생각보다 더 위험하다. 선순위 대출을 해준 금융기관들이 돈 빌려간 차주가 만기상환을 못하거나 못할 현저한 우려가 발생한 경우에는 '부동산소유권양도제도(deed in lieu)'라는 해외에만 존재하는 특유의 제도를 활용해서 그냥 해당 부동산을 자기 걸로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대부분의 부동산프로젝트금융 자금조달 시, 대주·차주 간 양자 계약으로 차주의 사업 부도 시 법원이 개입한 별도의 공매 절차 없이 바로 부동산 소유권을 차주에서 대주로 옮겨버리고 채무 이행을 면제받는 문구를 넣는다. 국내에서는 그나마 차주의 부도 시 법원에 의한 공매 절차가 진행되어 선순위 채권자들(즉 금융사들) 말고도 메자닌 투자자들도 투자원금의 일부라도 반환받을 가능성이 있으나, 해외에서는 대주·차주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인 메자닌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소유권 양도에 대항할 수 없기 때문에 투자원금 전액 손실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시작된 유동성 파티가 거의 끝나가고 올해부터 금리 상승 기조로 가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금리가 올라가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는 업종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저금리 시절 국내 기관투자자들이나 고액자산가들이 많이들 투자했다고 알려진 해외 부동산 메자닌 투자에서 향후 추가로 손실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이사 사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