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사진은 말한다] 정래혁 대표의 고뇌, 1984년 4월 26일

입력 2022/05/23 00:04
452111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정래혁이 국회의장을 거쳐 민정당 대표를 맡고 있던 시절이다. 대표실 문틈으로 힐끗 들여다보니 정 대표 혼자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은 표정이어서 망원렌즈로 어두운 얼굴을 찍었다. 몇 시간 후에 정래혁은 전격적으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전두환 정권의 국세청이 정래혁 대표의 재산을 조사하면서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요지의 3개 항 지침을 언론에 통보하고 있었다. 편집국 칠판에는 이런 메모들이 올라왔다. '정래혁 기사가 1면 톱은 안 된다. 보도 내용 전문 게재는 안 된다. 국회 질의응답의 지상 녹음은 안 된다.' 대표를 내쫓기 위한 온갖 방법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정래혁 의장은 일본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광복 후 육군사관학교 7기가 되었다. 육군 중장까지 진급하고 국방부 장관에 임명됐지만 실미도 사건으로 물러나야 했다.


이후 3선 국회의원을 지내며 민정당 대표가 됐지만 부정 축재 의혹이 터지고 말았다. 전두환 정권 입장에서는 그를 지켜줄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정래혁이 노환으로 별세했다는 부고 기사를 며칠 전 신문에서 보았다.

[전민조 다큐멘터리 사진가]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