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부동산 제노포비아

입력 2022/05/2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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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문제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논란을 일으킬 여지가 있다.

아시아계, 특히 중국계 자금이 폭풍 유입되고 있는 캐나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주택가격이 최근 2년간 50%가량 폭등해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을 한시적으로 2년간 아예 금지하는 과격한 법안이 중도좌파 집권 자유당에 의해 발의되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더 나아가 외국인이 구입한 주택이 비어 있을 경우에는 기존 재산세에 더하여 페널티 성격의 공실세를 물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수년 전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서부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가 외국인 부동산 구입 자금이 몰려 주택가격 폭등으로 한바탕 몸살을 앓은 데 이어, 2010년대 중반에는 그 두 대도시 사이에 위치한 오리건주 포틀랜드가 폭탄을 맞았다. 당시 매물로 나온 집 3채 중 1채가 외국인에게 팔렸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였다. 오리건주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으나 '재산세 감면'을 내건 공화당 지지율이 치고 올라와 중간선거에서 코너에 몰렸다. 오리건주 민주당 정부는 우리나라 공시지가에 해당하는 최대과세평가액(MAV)을 부동산실거래가(RMV)와 무관하게 전년 대비 3%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간신히 주정부 수성에 성공한다.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16년 이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1년도 한 해 외국인의 국내 건축물(주거·상업용) 구입 건수는 2만1000여 건으로, 2016년 5000건에서 5년간 무려 400% 늘어났다.


외국인이 특히 대도시의 집합건물(아파트·빌라·오피스텔 등)을 집중 매수해 작년 한 해에만 약 1만3000채의 집합건물이 외국인 소유로 넘어갔다. 문제는 이들이 별다른 대출 규제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어떻게 부동산 구입 자금을 조달했는지 알 방법도 딱히 없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 측면에서 내국인이 명백히 역차별을 받게 된다. 외국인의 자국 내 소유 주택이 몇 채인지 어떻게 파악할 수 있단 말인가.

지난 대선 때 어떤 대선후보는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구입을 차단하기 위해 외국인부동산투기세(가칭)를 신설하고 투기 사실이 확인되면 매입가의 15%를 세금으로 물리겠다는 공약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투기인지 실수요인지 알 방법이 마땅치 않을뿐더러 국제법상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이런 극단적 입법은 신중해야 한다. 자칫 제노포비아(Xenophobia·외국인 혐오증)로 몰려 공격받을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비현실적인 국내 다주택자 규제 및 주택 대출 규제를 풀어 내국인이 받고 있는 역차별을 해소하는 것이다. 자국민이 집을 구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그 공백을 외국인 자금이 들어와 메워 버린다면, 부동산 가격 안정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김지욱 신한리츠운용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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