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린치핀' 한미동맹의 동력원 된 한국 기업들

입력 2022/05/23 00:04
수정 2022/05/23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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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미국 백악관은 중국 견제를 위한 실천 과제들을 담은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공개했다. 거기에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추진이 핵심 내용 중 하나로 명시됐다. 공정 무역 및 공급망 복원 등을 통해 중국의 영향력을 실질적으로 제한해나간다는 개념이다.

글로벌 산업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기술 혁명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재 모든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반도체의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등이 일반적 생활 패턴으로 자리 잡아가면서 스마트폰, 컴퓨터 및 여러 스마트 기기의 수요가 치솟았고 반도체 수요를 배가시켰다.

자율주행자동차, 전기자동차 등 자동차 산업의 발달 또한 반도체 수요 증가에 한몫을 했다.


이렇게 수요 증가에 힘입어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반도체 산업은 새로운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 지속적인 기술 발전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로 수요에 의존하는 성장에서 수요를 주도하는 성장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외교도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기술 제품에 대한 공급망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당연히 관련 기업들이 외교 무대의 한가운데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2020년 기준 세계 D램 시장의 71% 그리고 세계 낸드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기업들은 바이든 정부의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외교에 핵심적 행위자로 자리매김했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 첫 일정으로 한미 정부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선택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일정을 들여다보면 한미동맹의 성격과 협력의 범위도 변화하고 있고 기존의 군사안보 중심의 협력뿐 아니라 기술·경제 동맹으로 확대 진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미정상회담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한미 양국은 자유주의 공동 가치를 기반으로 경제·안보·기술 분야 등 협력의 외연을 확장하는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양자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공급망, 6G·양자기술·바이오 등 첨단기술, 탈탄소, 보건 등에 긴밀한 협력을 지속 확대하고 작년 11월 신설하기로 합의한 '신통상 협의 채널'을 조속히 가동해 공급망, 신기술 등 경제안보 협력의 외연을 확장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가 중국 견제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첨단기술 기업들을 보유한 한국의 역할이 절실하다. 미국은 한미동맹을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보, 번영을 위한 핵심 축(linchpin)"이라고 강조해왔다. 향후 한미동맹 협력에 있어 삼성, SK, LG 등 한국의 첨단기술 기업들이 바로 그 핵심 축의 동력을 담당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발하는 지금 우리나라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산업 기술에서의 수월성이 국가 경제뿐 아니라 안보에도 중요하므로 세계적으로 뛰어난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기술 혁신은 기업들이 창의력을 발휘해 개발해 내는 것이지 정부가 지시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새 정부는 여러 차례 민간 기업 창의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그런 인식을 실천에 옮겨야 할 때이다. 그것이 국가 경제와 안보를 위한 최선의 정책이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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