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블록화 시대의 대응

입력 2022/05/24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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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세계화는 동력을 잃고, 정치지정학적·언어적·문화적 공통점을 바탕으로 블록을 형성하는 시대가 본격화됐다. 국제검사협회(IAP) 회장으로서 전 세계 검찰의 국제 협력 상황을 세세히 살펴보니 블록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 왔고 갈수록 심화되는 중이다.

검찰의 경우 지역별로 초국가범죄 공동 대응 현안과 상호 형사공조 수요가 많아 이웃한 검찰 간에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각 지역에 검찰총장협의체나 검찰협력기구가 다수 존재하며, IAP는 지역회의를 개최하거나 참여하면서 지역 내 검찰 간의 연대와 협력을 권장해 왔다.

필자는 최근 오스트리아에서 개최된 유럽연합(EU) 검찰총장회의에 IAP 대표로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지난해 6월 부패, 탈세 등 초국가범죄에 대한 수사·기소를 위해 창설된 유럽검찰청(EPPO)의 역할 강화 방안이 회의 주제에 포함돼 있어, EPPO가 국제형사사법 분야의 새 장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하며 다른 지역에도 전파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U 검찰총장회의와 EPPO 외에도 유럽에서는 유럽형사공조기구(EUROJUST), 유럽검사협의기구(CCPE)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 지역 협력의 선진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영연방 검찰총장회의(HOPAC)가 정기적으로 열리고, 프랑스어권 검사협회(AIPPF)도 운영되고 있다. 유럽평의회는 지난해 IAP와 공동으로 유럽 검찰총장회의를 개최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는 아프리카검사협회(AAP), 북아프리카·중동 검찰총장회의 및 아랍 검찰총장회의가 있다.


동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는 독립국가연합(CIS) 검찰총장협의체 회의가 30년 이상 개최되고 있으며, 지난해 터키 언어권 6개국 검찰총장협의체가 새로이 출범했다. 실크로드를 따라 터키, 이란, 인도부터 CIS 국가를 거쳐 몽골, 중국까지 참여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의 검찰총장회의도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중국과 함께 꾸준히 검찰총장회의를 하고 있고, 중남미 국가들은 스페인, 포르투갈과 라틴아메리카 검사협회(AIAMP)를 운영하고 있다.

지구촌이 지난 30년간 세계화에 집중하면서 한국은 큰 혜택을 받았으나, 블록화가 전면에 부상한 요즘 별다른 소속이 없어 보이며, 한국 검찰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다소 주춤하고 있긴 하지만 세계화는 멈출 수 없는 대세이기에 우리나라는 전 세계 차원의 협력에서 최대한 주도적 역할을 계속해야 하며, 한편으로 블록화된 메커니즘 확보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국 검찰은 IAP, 국제형사재판소(ICC), 유엔의 형사사법기구 등에서 글로벌 역할을 지속적으로 확대함과 동시에 아태 지역에서 구축한 자금세탁 및 사이버범죄 대응 네트워크를 토대로 포괄적이고 견고한 협력기구나 최고위급 협의체 창설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황철규 국제검사협회(IAP)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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