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에너지 쇼크에 빠진 세계

입력 2022/05/24 00:05
3차 오일쇼크급 에너지 대란
영국선 전력판매업자 줄파산
스페인 전기요금은 87% 껑충

한국도 전기료 인상 더 못 미뤄
민간 주도 해외자원 개발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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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차 오일쇼크(1973년) 및 2차 오일쇼크(1979년)를 기억한다. 유가가 4배로 뛰면서 석유제품 및 전기 가격이 급등하였다. 자동차와 공장이 멈춰 서는 바람에 실업이 급증하는 등 큰 충격을 경험하였다. 이때부터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자 천연가스가 도입되고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자 열병합발전소 건설이 시작되었다.

2차 오일쇼크로부터 43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3차 오일쇼크에 해당하는 고유가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21일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46.5원으로 2000원을 넘었다. 30%의 유류세(246원) 인하가 없었다면 2300원에 육박했을 것이다. 경유 가격은 2049.5원으로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여 소상공인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과거의 쇼크가 석유에 집중되었다면 현재의 쇼크는 에너지 전반에 걸쳐 있다. 석탄, 천연가스 또한 가격이 작년 동기 대비 2∼3배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40%를 넘은 영국은 북해의 바람이 줄어 풍력 발전량이 급감하면서, 작년부터 전력 도매가격이 7배로 증가하여 전력판매업자들이 대거 파산하였고 정전까지 발생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에 악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관리 차원에서 석유제품 외의 에너지 요금 인상을 통제하고 있기에 우리는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영국은 지난달 전기요금을 54%나 인상했으며, 스페인은 작년부터 올해 3월까지 전기요금을 87%나 올렸다.

요컨대, 지금의 전 세계 에너지 공급 상황은 한마디로 쇼크다. 아울러 재생에너지 확대로 오히려 화석연료 가격이 상승하는 그린 인플레이션, 이로 인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 설비 가격이 상승하는 더블 인플레이션, 풍속 저하와 같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우리의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한전의 1분기 실적은 가히 충격적이다. 적자가 매출액의 절반 수준인 약 8조원이었는데 창사 이래 최대치이며, 연말 기준으로 30조원에 육박할 것이다.


올해 들어 15조원이 넘는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견디고 있는 한전의 부채는 146조원으로 정부 예산 약 608조원의 4분의 1 수준이기에 전력공급 안정성까지 우려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4%에 달하는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전기요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유럽처럼 전기요금을 몇십 %씩 올리지는 않더라도 전력산업 생태계가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으로는 말이다. 이것은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21번에서 천명한 '시장원칙이 작동하는 전력 요금체계 조성'에도 부합한다.

둘째, 화석연료인 석유, 석탄, 천연가스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우리나라 에너지 소비의 절반을 차지하는 석유는 연료뿐만 아니라 생산량 세계 4위인 석유화학산업의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올해 1분기 원전 이용률은 87.5%로 박근혜정부의 81.4%를 상회했지만, 화석연료의 발전량 비중은 62%나 되었다. 결국 당분간은 원전이 화석연료를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민간을 중심으로 해외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 관련 공기업들은 해외사업 부실화로 완전 자본잠식에 직면하는 등 해외자원 개발을 추진할 여건이 안 된다. 해외자원 개발은 시간이 오래 걸리며 실패할 확률이 큰 고위험 고수익 사업이기에 민간에서 엄두를 내기 어려우므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섬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럽이나 북미와 달리 전력망이 외부와 연결되지 않아 이스라엘과 함께 대표적인 전력섬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높은 국토이용률로 인한 태양광 적지 부족, 유럽의 절반도 안 되는 낮은 풍력 이용률은 국산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어렵게 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우리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인 이유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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