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IPEF라는 선택, 위기 아닌 기회로

입력 2022/05/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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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기업들은 전시와 다름없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서 시작된 공급망 위기는 지정학적 갈등과 맞물려 원자재, 에너지, 식량 등으로 나비효과처럼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린 전환'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와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글로벌 경제의 뉴노멀(새 기준)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세계무역기구(WTO) 중심의 통상질서는 점차 적실성을 잃어가고 있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아시아 지역 시장 개방을 중심으로 한 전통적 무역 협정은 현재와 같은 통상 환경 변화의 파고에 대응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23일 세계 최대의 경제 블록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새로운 통상질서를 구축하고자 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닻을 올렸다. 출범식에는 13개국 정상급 인사들이 참여했고, 제1차 각료회의를 열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공급망 재편,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 등 격변하는 국제 통상 환경 속에서 IPEF 출범과 우리의 참여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

먼저 IPEF 참여국 규모와 그 면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IPEF에는 인태 지역의 주요 국가들이 대부분 이름을 올렸다. IPEF를 제안한 미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와 같은 선진국이 참여했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아세안 7개국도 동참했다.

거대 신흥시장인 인도가 참여한 것도 IPEF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2020년 기준으로 IPEF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9%, 세계 인구의 32.3%를 차지하고 있고, 우리나라 교역에서의 비중은 40%에 달한다.

둘째, IPEF에서는 공급망, 디지털, 탈탄소 등 새롭게 부각되는 통상 의제를 다루고 있다. IPEF 주제는 △디지털 경제 등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조세와 반부패 등 4가지다.


기존 무역협정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의제들이다 보니 IPEF에서의 논의가 국제 통상의 새로운 규범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IPEF는 우리가 국제 통상질서의 규범수용자(rule taker)에서 규범제정자(rule maker)로 나아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셋째, IPEF는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기후위기에 맞서는 산업기술협력의 플랫폼이다. 최근 세계 경제의 복합위기는 한 나라나 기업이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국가 간 협력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IPEF에서 전개될 다양한 민관 협력은 우리 기업의 공급망을 안정화·다변화하고 AI, 클린에너지 등 미래 유망 분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또한 디지털, 탈탄소 등과 관련한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은 우리 기업에 또 다른 성장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정부는 IPEF가 우리 기업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와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IPEF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글로벌 협상에 효과적인 범정부 대응체계를 조속히 갖춰 민간 기업 및 전문가와 끊임없이 소통하고 최선의 대안을 찾아 공급망·디지털·탈탄소 등과 관련된 규범 정립 및 협력사업 발굴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선택의 순간마다 기회와 위기는 동전의 양면처럼 늘 같이 있다. 정부는 IPEF라는 선택을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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