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도대체 소프트웨어 강국은 어떻게 되는가

입력 2022/06/23 00:04
548242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최근 교육부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재 양성 문제로 홍역을 치렀다. 이 시점에서 교육과 관련해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하나 제기하고 싶다. 최첨단 인재 양성을 넘어 우리나라가 세계 초일류 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넘어서야 하는 교육 분야 허들이 하나 있다. 우리에게는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하드웨어 기반 제조업에서 뛰어난 실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정신적 구조물인 소프트웨어는 제조업처럼 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인지 성향을 지닌 팀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창의적 뇌를 소유한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동시에 순차적 사고까지 좋아서 그 아이디어를 스노볼링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엔지니어링 능력이 빼어난 사람이 그 아이디어를 시스템화하고 고도화한다. 그다음 이 아이디어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직관적 현실주의자, 이 아이디어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비판하는 악마의 대변인, 끝으로 완벽주의적 성향을 지닌 자가 실행하면 된다.

이렇게 매직넘버 시스템으로 팀을 짜서 청년 대학생들에게 창업을 시켰더니 놀랍게도 창업률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수없이 확인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는 인지적 다양성을 갖춘 팀 구성원들이 처음부터 서로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만들어가야 한다. 소통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화장실 가는 동선도 조정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양한 구성원이 모여 논의를 하다 보면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종종 있다. 문·이과 출신들은 아예 서로 대화가 되지 않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소프트웨어도 하드웨어 만들 듯이 한다. 기획자가 기획해서 넘겨주면 디자이너는 디자인하고 이어서 개발자가 개발하는 시스템이다.

소프트웨어는 팀 구성원이 함께 모여 만들어가는 집단지성의 지난한 진화적 산물이다.


애플 iOS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그 끝을 알 수 없다. 우리는 늘 정답이 있는 교육을 받아서 그런지 이처럼 정답이 없는 설계도를 함께 만들어가는 데는 정말이지 익숙하지가 않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성이 좋으면서 순차적인 사고 능력까지 뛰어나 팀을 이끌어가는 인재를 반드시 키워내야 한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이 전공 공부하는 시간을 10% 줄이고 그 시간에 인성, 리더십을 키우자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째, 팀 빌딩 기술을 뇌에 장착시켜 개인의 창의성을 넘어 조직·팀의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도록 팀 프로젝트 활동을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또 타고난 뇌 성향을 찾아주는 검사를 통해 팀 구성원들이 서로 장단점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리더십 역량까지 갖춰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셋째, 집단지성을 통해 만들어지는 소프트웨어 작업은 팀원들을 다그치고 쥐어짜는 위계적 구조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는다. 자율적인 문화 속에서 창의성을 꽃피울 수 있도록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이 부분에서 많은 기업이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대전환의 문명사적 기로에 서 있다. 대한민국이 원래 강점을 보이는 하드웨어 생산 역량을 넘어 소프트웨어 중심적 사고 역량까지 갖춘다면 우리나라가 초일류 국가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안진훈 창의공학연구원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