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취향의 결정자

입력 2022/06/23 00:04
수정 2022/06/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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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시장은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작품의 생산자인 작가, 그리고 그것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없다면 작품이 재화를 통해 거래되는 미술 시장은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구매자가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중개해주는 사람, 혹은 기관이 필요한데 생산자인 작가와 구매자인 컬렉터 사이에 매개자인 갤러리, 딜러 등이 관여하기 시작한 것은 이미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갤러리 이전에 작가들이 작품을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시스템은 살롱이었다. 살롱은 아카데미 회원들이 전시를 하고 그중 우수한 회원이 입선하는 시스템으로 시작되었지만, 점차 아카데미 회원뿐 아니라 다양한 일반 화가들까지도, 심지어 외국의 작가까지도 작품을 전시하는 곳이 되었다.


19세기 말이 되면 살롱에 참여하는 작가와 작품의 수가 늘면서 심사 기준에 대한 불만도 커졌다. 작품을 좀 더 좋은 환경에서 보고자 하는 욕구, 늘어난 미술품 소비에 대한 욕구가 자연스럽게 갤러리의 등장을 낳았다. 당시 대표적인 화상 중 한 명인 아돌프 구필의 갤러리는 런던, 파리, 헤이그 등에 총 6개의 지점을 가진 큰 갤러리로 성장했는데 주요 사업이 출판, 에디션, 전시 등으로 다양했다. 구필 갤러리의 런던 지점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톰슨은 '아트저널'이라는 월간지를 발간하여 전시와 미술품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톰슨과 구필 갤러리는 잡지라는 대중 매체를 활용하여 우회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작품의 정보를 제공하고 결과적으로 특정 작가의 작품 판매를 촉진했던 것이다.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중개인이 언론 매체까지 컨트롤함으로써 고객의 취향을 결정하게 되는 구조가 탄생한 것인데, 이와 같은 구조는 작품의 수요층이 중개자의 의견이나 타인의 의견에 의존하는 경우, 즉 본인의 취향에 대한 확신이 없을 때 더욱 큰 영향력을 지니게 된다. 문화 비평가 베블런은 아름다운 것의 시각적 특성을 구매자들과 감상자에게 교육하고 확신시키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딜러라고 100년도 더 전에 지적한 바 있다.

현대의 대형 갤러리들도 적극적으로 잡지 출판을 하고 있는데, 가고시안과 하우저&워스가 대표적 사례이다. 가고시안은 '가고시안 쿼털리'라는 잡지를 발간해 소속 작가들의 전시와 뉴스들을 전달한다. 가고시안의 작가들이 워낙 많아 소속 작가들만 다루어도 잡지책 한 권이 만들어진다. 하우저&워스는 '우르술라'라는 온라인 잡지를 발행해 소속 작가들의 전시와 소식을 전달한다.

이들 잡지는 컬렉터, 갤러리, 작가, 미술계 관계자들에게 읽히고, 이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이들은 현대 미술의 흐름을 파악하고, 관심 가져야 하는 작가들의 정보를 얻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현대 미술 전반의 흐름일까? 베블런이 지적했듯 그것은 특정 갤러리의 소속 작가들과 그들의 전시, 그리고 그 특정 갤러리의 관심과 방향성에 일치하는 정보와 소식들로 구성된 '재단된' 미술 현장이자, 현대 미술 현장의 '일부'일 뿐이다.

[주연화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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