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예측보다는 회복력

입력 2022/06/23 00:05
기업운영 불확실성 늘면서
위기회복력 중요성 커져
위기 후 회복 속도의 차이는
시간과 함께 성과 격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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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력, 레질리언스(resilience)는 요즘 들어 의료, 건강 분야가 아닌 경제, 경영 분야에서 부쩍 자주 듣게 되는 단어다. 예측하고 대비하기 어려운 일들이 잦아지다 보니 위기가 닥쳤을 때 빠르게 회복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는 말이다.

코로나로부터 벗어나나 싶었더니 곧바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 인한 산업 곳곳에서의 충격,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 그야말로 대변화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변화는 사실 요즘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30여 년을 분석해 보아도 자연재해, 지정학적 갈등, 경제지표의 변동성 등 모든 현상들의 빈도와 충격의 크기가 점점 증대되고 있다.


불확실성(Uncertainty), 변동성(Volatility), 복잡성(Complexity)과 모호성(Ambiguity)이 고조되는 경영 환경을 고려해 조직 회복력을 강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조직의 단기, 중장기 성과 목표를 세우고 전략을 수립할 때는 서서히 변화하는 연속적인 경영 환경을 가정하게 된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충격에 대응하는 회복력이 중요하다. 기업의 회복력은 충격을 이겨낼 만한 재무적 안정성을 가지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다음은 회복력을 갖추기 위해 점검할 6가지 분야이다. 첫째는 재무적 회복력이다. 갑작스러운 매출 감소, 비용 증대, 자본과 부채, 이자비용의 변동, 신용등급 변동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적 회복력을 갖추었는지 점검하는 것이다. 둘째는 운영적 회복력이다. 갑작스러운 수요 증대나 감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소비자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품질 문제나 차질 없이 공급 가능한지 점검하는 것이다. 셋째는 기술적 회복력이다. 사이버 공격을 받거나 IT 시설과 관리에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고객 서비스, 내부 운영,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데이터와 IT 시스템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는 조직적 회복력이다. 훌륭한 인재를 유치하는 것뿐 아니라 조직원들의 끊임없는 리스킬링, 업스킬링을 통해 유연하고 빠른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애자일(Agile)한 조직을 만들거나 주요 보직의 승계를 미리 대비하고 조직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섯째는 평판적 회복력이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기업의 ESG 활동 및 추구 가치, 비전과 행동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기대를 빠르게 파악하고 소통하며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여섯째는 사업모델적 회복력이다. 소비자 니즈나 경쟁자, 기술, 규제의 변화 등이 생길 때 빠르게 사업모델을 진화시키거나 신사업에 진출해야 하며 평소 다양한 전략적 투자 및 혁신 기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최근 맥킨지와 공동으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회복력이 뛰어난 기업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현저한 성과를 올린다. 1500여 개의 기업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산업에서 평균적으로 약 20%의 기업들은 타 기업들 대비 더 빠른 속도로 대응하고 재빠르게 위기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고 이때 벌어진 격차가 수년간 점점 더 커지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2007~2009년 금융위기 및 그 이후 2017년까지 회복력이 뛰어난 기업들은 S&P500 평균 대비 120%포인트 이상 기업가치를 상승시켰다. 코로나 위기 때도 마찬가지이다. 2020~2021년 회복력이 뛰어난 기업들은 이미 평균적 기업들 대비 50%포인트 이상 기업가치를 올렸다.

변화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미리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전략, 마케팅, 영업, 구매, 생산, 개발 등 회사의 모든 기능적 조직들과 매출, 손익, 평판 등 다양한 결과물에 대한 통합자(Integrator)이자 책임자로서 결단력을 보여줄 때 CEO의 능력이 비로소 빛을 발한다.

[송승헌 맥킨지 한국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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