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춘추] 산으로 가는 세법

입력 2022/07/04 00:04
수정 2022/07/08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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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은 부처님도 돌아앉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예기의 단궁하편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일화도 있다. 호랑이에게 남편과 아이의 목숨을 잃으면서도 세금을 피해 험준한 태산에 사는 여인을 보면서 공자께서 하셨다는 말씀이다.

세법을 바르게 정하고 공정하게 세금을 걷는 것은 국가를 바로 세우는 일에 다름없다. 새 대통령과 정부가 출범한 지금이 세법을 바르게 정하고 문제점을 해소할 적기라고 본다. 우리나라 세법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우선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 납세자가 이해하기 매우 어렵다. 물론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현상을 포섭하고 진화하는 탈세의 꼼수를 막을 수 있도록 세밀하게 규정하다 보니 어렵게 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오래된 일본식 한자 표현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고 조문 체계를 정비하고 위임의 범위를 분명히 하며 애매한 규정을 최소화시켜 납세자가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세법을 만드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국세청에서 세법 법령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세법이 어려워 어떻게 적용되는지 과세당국에 질의하면 가급적 명확하게 답변해주어야 한다. 애매하게 사실판단사항이라 답변하는 것은 세법을 더 어렵게 만드는 일이다. 정책에 따라 잦은 세법 개정을 해온 점도 문제다. 국가 정책적 목적에 따라 조세특례 제도를 두고 시의적절하게 이를 변경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필요하다.

그러나 각 세법 본래의 취지를 몰각하는 입법을 하는 것은 곤란하다. 대표적인 것이 누더기가 된 양도소득세 관련 세법이다.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음에도 근원적인 문제점은 해결하려 하지 않고 우선 손쉬운 세법 개정을 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렇게 개정된 세법은 오르는 집값을 잡지는 못하지만 경기가 침체하고 집값이 내릴 때는 가속을 붙인다.


반대로 경기 부양을 목적으로 주택 취득에 각종 세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세법을 개정하면, 내리는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나중에 집값이 오를 때 집값 상승에 불을 붙이게 된다. 결국 냉탕 온탕이 반복되고 양치기 효과가 발생한다. 양도세 중과세 등 세법을 강화해도 언젠가는 또 바꿀 텐데 나만 따랐다가 손해 본다는 생각에 정부의 의도대로 따라오지 않는다.

편법적인 증여를 방지하고자 도입한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로 세무사에게 문의해도 증여세 과세 대상인지 명확하게 답변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당연히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도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직접세인 법인세와 소득세의 보충적 조세라 볼 수 있다. 세원이 완전히 포착되지 않아 누락된 세금을 상속세로 정산하고 사전적 부의 무상이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개념이다. 그런데 증여세가 만능이 되어 소득세 등 직접세를 넘어서는 경우도 발생하게 되었다. 이렇듯 세법이 불합리하면 과감하게 바꿔야 하는데 한번 목적을 두고 만든 세법을 불합리해도 잘 바꾸지 않는 것도 문제다. 쉬운 세법, 명확한 세법, 합리적 세법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안만식 서현파트너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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