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기고] 향토지식재산이 지방소멸 막는다

입력 2022/07/0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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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난리다. 그런데 지방 입장에서 보면 인구 감소가 시작된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지방 인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감소세를 겪어왔다. 지역에 따라서는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곳도 많다. 정부가 나름대로 지역 균형 발전 정책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결과는 신통치 못했다. 왜 그럴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은 지방 인구 증대 정책을 지역에서 주도한 게 아니라 제3자인 중앙정부에서 주도한 탓이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가족과 함께 지방에 터전을 잡은 사람의 비중이 높지 않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시민의 자유를 억압할 수 없는 시대에 억지로 가서 살라고 해봐야 시늉으로 끝날 뿐이다.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지역이 스스로 나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역 스스로 사람이 살 만한 공간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지역민의 외부 이탈을 막고, 나아가 외부 사람을 지역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기업을 유치하는 일이다. 그런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서울에서 먼 지방으로 내려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지역은 서울 근처에서는 얻기 어려운 이득을 기업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을 유혹할 수 있는 장점을 지역이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그 지역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환경이다. 예컨대 식품 대기업인 대상은 식품연구소를 순창에 두고 있다. 춘천 소양강댐 주변에는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는 에너지 관련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몰려와 융복합 클러스터를 이뤘다. 그러자면 자신의 지역이 아니면 기업에 제공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발굴하고 재창조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지역 청년의 외부로의 이탈은 청소년 때 시작된다. 따라서 지역 청소년들이 지역에서 삶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게 급선무다. 그 지역만의 차별화된 그 무엇에 대한 사회적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한 이유다.


경남 함양에서 이뤄지고 있는 '농산촌 유토피아 마스터플랜'의 시도를 주목할 만하다. 이곳에서는 농축산업의 디지털 스마트화를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과정을 지역에 있는 특성화고의 실습 프로그램과 연계했다. 지역 특성화고에서 이 실습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현지에서 농축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역마다 각기 다른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용역 과제가 다양하게 존재한다. 이런 과제의 수행 주체로 지역 학생이나 청년을 활용하는 방안이 확산된다면 그들의 지역 거주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향토지식재산에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 지역이 아니면 존재할 수 없는, 차별성을 갖는 그 무엇, 즉 향토지식재산은 지역사회가 가장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회적 지식자본이다. 제주의 돌하르방을 활용한 상품 재창조, 전주한옥의 짜맞춤 기술 현대화를 통한 한옥 수출과 인테리어 가구 산업 육성 등이 향토지식재산 활용의 예다.

이제 지자체가 할 일은 지역 내 청년이나 외부기업들이 지역공동체 내에서 다양한 일거리나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향토지식정보를 발굴·조사해 이를 재창조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환경을 지역에 조성하는 일이다. 이 같은 향토지식 사회간접자본(SOC)이 구축되면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황종환 지식공유상생네트워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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