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매경이코노미스트] 한전 대규모 적자와 연목구어

입력 2022/07/05 00:04
한전 적자 가장 큰 원인은
누가 뭐래도 에너지값 폭등
분명 혼내야 할 부분 있지만
연료값 급등 막는 게 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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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孟子)에 연목구어(緣木求魚)란 말이 나온다. 맹자는 제나라의 선왕(宣王)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선왕이 전쟁을 일으켜 천하통일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자, 맹자는 그것이 연목구어와 같다고 답변한다. 무력으로 큰 뜻을 이루는 것은 마치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과 같아서, 물고기를 구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백성까지 잃고 나라가 멸망할 수 있다고 조언한 것이다.

연목구어는 불가능하거나 목적 달성이 어려운 일을 하려 함을 비유할 때 종종 사용된다. 요즘 한전 및 일부 발전사의 대규모 적자, 모든 것이 탈원전 때문이라는 일각의 지적, 한전이 발전사에 지급하는 전력도매가격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연목구어가 자꾸 떠오른다.


물고기를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나무에 오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말이다.

전력 판매사업자인 한전은 현재 적자가 심각해서, 일단 외상으로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온 후 회사채 판매 차입금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kwh당 115원의 전기요금이 7월 1일부터 5원 올랐고 10월 1일부터는 4.9원이 또 오른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나겠지만, 한전 적자는 당초 예상한 30조원에서 28조원으로 기껏해야 2조원 정도 줄어들 뿐이다.

올해 한전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지난 5월 12조원을 넘었고 연말이면 28조원에 달할 것이다. 이 값은 우리나라 한 해 회사채 발행 규모의 절반이나 되기에, 중소기업의 회사채가 팔리지 않거나 이자율이 올라가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한전은 더 이상 회사채의 국내 발행이 어려워 높은 이자율로 해외에서 발행해야 하니, 국민들의 미래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다.

정부는 한전이 그동안 뭘 했냐며 혼내고, 한전은 자회사까지 경영진의 성과급 반납을 결의하고 자산 매각을 추진하는 등 6조원 규모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한전도 혼날 부분이 없지는 않겠지만, 한전이 혼나고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갈 돈이 계속 늘어나고 있으니, 특단의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올해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이 지난 정부의 탈원전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작년의 원전 가동률은 76.0%로 이명박, 박근혜정부 때의 원전 가동률 82.3%(2012년), 71.3%(2017년)와 큰 차이가 없었다. 한전이 8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올해 1분기의 원전 가동률은 84.1%에 달했다. 즉 탈원전도, 한전도, 발전사도 아닌 국제 에너지 가격의 폭등이 한전 적자의 근본 원인이다.

특히 전력도매가격은 한국가스공사가 공급하는 발전용 천연가스의 가격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것이 급격하게 상승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전력도매가격을 강제로 낮추는 상한제의 도입으로 한전이나 발전사를 나무라기보다는 발전용 연료의 급격한 가격 상승을 막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휘발유, 경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를 37%까지 경감한 것처럼 발전용 연료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대폭 인하하고, 발전용 천연가스의 가격을 규제해야 한다. 아울러 에너지를 적극 확보해야 한다. 전력산업을 혼내고 규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면 전력산업은 급격하게 위축되어 전력공급 안정성이 훼손되고 발전사의 투자 감소에 따라 고용 및 부가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

지금은 올랐던 나무에서 얼른 내려와 강이나 바다로 가서 물고기를 잡아야 할 시간이다. 올겨울을 대비하여 민관 합동으로 발전용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발전용 연료의 급격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소비되는 에너지의 93%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부족 국가인 우리의 유일한 해법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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