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주말경제산책] ESG는 SG가 될 것인가

입력 2022/07/23 00:04
올들어 ESG펀드 맥 못출 때
반대편 에너지株 승승장구
고유가 수혜 톡톡히 챙겨

눈앞 수익률 쫓아갈 건가
환경투자 신념 지켜낼 건가
선택 기로에선 투자자들
ESG의 핵심 E가 위태롭다
649153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요즘 기업 경영과 투자에서 대세가 돼버린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합성어다. ESG라는 단어가 생긴 지는 20년이 채 안 됐는데 지난 10년간 빠르게 전 세계 기업들의 중요한 경영 목표가 됐다. 이제 경영대학원에서는 ESG 과정을 신설해 가르치고 금융시장도 이에 호응해 ESG를 추종하는 수많은 금융상품이 등장했다.

ESG 관련 금융상품에 대한 인기는 실로 대단하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우리나라에서 ESG와 관련된 금융 규모는 531조원이며 세계지속가능투자연합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ESG 투자 규모가 2020년 35조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정도다. 돈만 좇을 것 같았던 투자자들이 ESG에 투자하는 훈훈한 모습은 금융시장에서 양심적인 투자도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일반투자자들이 ESG에 투자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은 ESG 기준에서 우위를 지닌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뮤추얼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라고 할 수 있다. 이 ESG 펀드들의 수익률도 괄목할 만한데 210억달러로 자산 규모가 가장 큰 ESG 펀드인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ESGU)'는 지난 3년 동안 연평균 수익률 27%를 기록했다. 이렇게 모두가 ESG로 행복해하고 있었는데 올해 들어 상황이 갑자기 변했다. 잘나가던 ESGU는 올해 초부터 6개월 동안 수익률 -17%를 기록하고 있다. 다른 ESG 관련 펀드도 비슷한 상태다. 반면 ESG 반대편에 있는 에너지 기업들은 올해 고유가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그 결과 글로벌 오일 메이저사들의 영업이익과 주가는 급등했다.


그래프에서 S&P ESG지수와 S&P 에너지지수를 비교해보자. 각각 ESG 펀드와 에너지 펀드의 평균 주가라고 보면 될 것이다.

두 지수 모두 올해 1월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6월 말 기준 ESG지수는 90대로 하락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지만 에너지지수는 140 넘게 상승해 40% 이상을 보이고 있다. ESG 반대편 끝에 있는 에너지 관련 투자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투자자들은 ESG의 신념을 지키는 것과 에너지 주식의 수익률을 좇아가는 선택 사이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동안 ESG 투자의 리더 역할을 해오던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이러한 상황에 ESG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에서 멀어지고 있다.

올해와 같은 에너지 기업들의 수익 증가는 원유가격 상승과 정유시설 부족에 따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는 탄소중립 경제가 완성될 2050년까지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다. 산유국들은 선진국의 강력한 탄소중립 정책으로 위기감이 극에 달했다. 선진국들의 탄소배출 제로 시간표가 현실화되기 이전에 큰돈을 마련해 산업 구조를 개편하고 원유에 의존한 경제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상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산유국들은 미국 대통령이 뭐라 하든 원유 공급을 통제해 원유가격을 높게 유지하려 할 것이다. 전 세계 메이저 정유사 또한 탄소중립과 ESG 흐름 속에서 비즈니스 모형 자체를 바꾸라는 각국 정부의 압력을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유시설에 투자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탄소중립 기술이 정착될 때까지 원유가격과 에너지 기업 수익은 언제라도 폭등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이 ESG에서 멀어지고 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ESG 탄생 과정을 보면 환경(E)의 역할이 주도적이었다. 환경을 해치는 인류의 경제 활동을 막겠다는 도덕적 의지가 먼저 형성돼 투자자들에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다양한 ESG 평가 기준을 봐도 환경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다. 에너지 주식의 매력적인 수익률 때문에 E가 빠진다면 SG만으로는 홀로서기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E는 하나의 산업을 뜻하고 기준도 명확하지만 SG는 특정 산업도 아니고 그 기준도 모호하기 때문이다. ESG에서 양심적인 투자의 모습을 보고 싶어했던 것은 투자의 탐욕을 몰라서였을까.

649153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김세완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