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칼럼

[글로벌포커스] 시진핑 주석은 방한할 수 있을까

입력 2022/08/10 00:05
수정 2022/09/14 13:35
올연말 당대회에서 習은
毛·鄧과 같은 반열에 올라
유일지위 오른 中 지도자가
외국 방문한 사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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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4일은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하지만 3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는 쾌청하지 않다. 국민감정부터 좋지 않다. 우리 국민의 80%가 중국을 좋아하지 않고 74%는 한중관계가 좋지 않다고 본다는 조사도 발표됐다.(Pew연구센터·2022년 6월 29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서 보듯 미·중 갈등은 한층 더 격렬해지고 있다. 그 속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표방한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를 순조롭게 관리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한미동맹을 기술과 공급망 같은 경제적 동맹으로 확대한다는 기조하에서는 과거처럼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기 어렵다. 호혜적인 경제통상 협력을 바탕으로 한중관계를 관리해온 기존의 모델이 흔들릴 수도 있다.

한중 경제협력의 틀도 바뀌고 있다.


한국은 지난 5월부터 3개월째 대중 무역수지 적자를 냈다. 사실상 수교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대중 무역흑자는 2013년 628억달러를 기록한 이후 계속 줄어들어 왔다. 중국 수입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점유율도 2015년 10.4%에서 2021년에는 7.9%로 위축되었다. 그 자리를 대만과 아세안이 채우고 있다.

이처럼 수교 30년 만에 한중관계는 중대한 전환점에 섰다. 국민 사이의 우호를 회복하고 복잡한 지정학적 상황 속에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새로운 경제협력의 구상과 비전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양국 정부 간에 원활한 소통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그 핵심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과 한중 정상회담이다.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이후 한중 간에 정식 대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은 지 5년째다. 과거 어느 때보다 정상회담 사이의 간극이 크다. 코로나19 등으로 시진핑 주석이 약속했던 답방이 늦어지는 동안 국제 정세는 급변을 거듭했지만 양국 간의 소통은 이를 따라잡지 못했다. 따라서 수교 30주년이자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은 미뤘던 정상회담을 추진할 적기(適期)다. 특히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이 방한해야 한다는 기대가 크다.


그런데 그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이 봉쇄형 코로나19 대응을 지속하면서 국가주석의 해외 방문 자체가 장기간 중단돼 있다. 또 가을에 중국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연임을 결정하는 중요한 정치 일정이 있다. 금년 중에 방한 일정을 만들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론 바쁜 일을 마치고 내년에 올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연말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는 시진핑 총서기의 임기만 연장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시진핑을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의 뒤를 잇는 한 차원 높은 반열의 지도자로 격상시키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총서기 및 국가주석 임기 연장은 시진핑의 정치적 위상 강화를 제도적으로 공인하는 절차다.

일단 시진핑이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과 같은 반열의 지도자로 공인되고 나면 밖에서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즉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의 선례를 보면 이들이 다른 공산당 지도부와 격이 다른 유일한 지위에 오르고 난 이후에는 외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 마오쩌둥은 1957년 소련을 찾은 것이 마지막이고 덩샤오핑도 부총리 자격으로 1979년 미국을 방문한 것이 마지막이다.

물론 21세기 세계 2위 국가의 지도자가 과연 20세기의 전통을 따를 것인지는 더 두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독특한 정치 시스템과 권력 구조가 한중관계의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십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벌써 중국은 방한(訪韓)보다는 방중(訪中)을 요청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 이 문제를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중국의 몫이다. 그렇지만 국민의 기대와 상대의 현실을 조화시킬 방안에 대해 우리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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